난데없는 계획 변경 “시민은 장기판 졸인가”

인천시, 제2경인고속도 지하화 구상
개발계획 변경 요구 거부당하자 고발
시행사 DCRE, 결국 행정처분 순응
교량 소음 대책 방음 터널서 '급선회'

입주 예정자 '공사판 생활' 우려·반발
시민단체 “잘잘못 밝혀 나갈 것” 경고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오직 사업이 잘 진행돼 시민 편익이 증진되고,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게 목표다. 실무자들이 잘못 판단하거나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지 확인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도심지 내 있는 고속도로를 지하화해서 지상부를 소통 공간으로 하고, 공원 녹지를 만들고 하는 게 옳은 방향 아니겠나.” (2023년 1월17일 미추홀구청에서 열린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중단사태 해결 촉구' 입주예정자 시민청원에 대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답변 중 일부 내용)

“지금 시행사 측에서 말씀하신 사항도 다 맞습니다, 맞고요.”(한국도로공사, 인천시와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협의를 거듭해 제2경인고속도로 도시개발 구역을 통과하는 전용교량에 방음 터널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업시행자 DCRE 측의 설명에 대해 임재욱 인천시 도시개발과장이 2022년 12월21일 열린 인천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한 발언)

인천 미추홀구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 사업구역(154만6747㎡·1만3149가구)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은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 인천시·한국도로공사·DCRE 간 협의 추진 일지.
▲ 인천시·한국도로공사·DCRE 간 협의 추진 일지.

사업시행자 DCRE는 인천시의 행정처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행정처분의 주요 내용은 대심도 터널 건설을 뼈대로 하는 개발계획 변경이다.

시행사는 행정심판을 취하하고 2024년 3월부터 입주 예정으로 이미 분양된 1·3·4 등 3개 단지(3774가구)의 소음 대책과 대심도 터널 등 장단기 소음 대책을 개발계획에 반영해 오는 3월까지 제출키로 했다.

대심도 터널은 서해4거리~능해 IC~학의JC~문학IC까지 총연장 6.5㎞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내 구간은 1.8㎞이다. DCRE가 한국지반환경공학회에 맡겨 나온 용역 결과에는 사업기간 10년, 사업비 1조5600억원이 예상됐다.

한국지반환경공학회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도시개발사업과 공동주택건설사업의 도중에 대심도 터널을 적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고속도로 관리청인 한국도로공사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장기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어 기획재정부장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각종 영향 평가를 비롯한 타당성의 조사·분석 등을 밟은 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후 대심도 터널로 공사판인 사업 구역에 살아야만 하는 현실을 우려하며 대심도 터널 건설계획에 반발하며 DCRE 측에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DCRE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인천시 행정처분의 원인인 법률 위반 사항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내년 입주 단지의 소음 대책이 시급하고, 도시개발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대심도 터널을 포함한 장단기 소음 대책을 담은 개발계획 변경 서류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대심도 터널 건설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잘못 꿴 첫 단추의 부작용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인천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치밀한 사전 검토도 없이 용현·학일 1블록 도시개발사업 구간 안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의 지하화를 꺼내 들었다.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를 통한 녹지 또는 공원화를 용현·학일 1블록 도시개발사업에 이식한 것이었다.

인천시는 개발계획 변경을 DCRE 측에 요구했다. DCRE는 느닷없는 개발계획 변경 요구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며 대심도 터널 건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인천시는 도시개발법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으로 DCRE 측을 고발했다.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 용현·학익 1블록 개발 구역을 지나는 제2경인고속도로 교량 구간에 방음 터널 대신 대심도 터널로의 변경을 놓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업이 진행 중인 시티오씨엘 전경.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관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천시는 환경부의 한강유역청에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도 했으나 한강유역청은 아무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과태료 처분대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도시개발법 위반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인천시는 아파트 분양 신청 당시 납부한 계약금을 토지 양도(신탁에 의한 소유권 변동)의 선급금으로, 이는 도시개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계약금 신탁은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도시개발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미추홀서의 처분에 이의 신청을 했다.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적정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위원회' 하석용 위원장은 인천시의 행정행위(개발계획 변경 요구)와 고발 조치가 부당한 행정작용이라며 해당 공무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원법〃 제6조에 따라 청원 처리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애매한 결정이었다.

하 위원장은 “민·형사상 대한민국의 법규가 정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천시가 잘못을 시인하고 합당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잘잘못을 밝혀 나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인천광역시가 대기업 자회사에 세금을 잘못 부과해 국가지원금인 보통교부세 218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시는 2008년 DCRE가 모회사 OCI로부터 승계받은 1조1000억원 상당의 토지에 대해 취득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며 1673억원의 취득세를 부과했다. 이때 역시 공명심에 팔린 몇몇 공무원들의 섣부른 판단에서 비롯됐다.

DCRE는 취득세 감면 대상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 과정에서 2014년 기준으로 이자액을 포함한 1928억원이 체납액으로 남으면서 인천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패널티를 받아 보통교부세 3054억원을 받지 못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