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두루미 강화 갯벌서 42마리 월동 중... 올해 첫 시민합동 조사에서 확인

증가 또는 감소 추세 확인 위해 3월까지 추가 조사하기로
▲ 두루미 관찰 위치와 개체수를 표시한 지도 /사진제공=인천두루미네트워크

인천 시조이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강화 갯벌에서 42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인천두루미네트워크가 강화도와 동검도, 영종도, 세어도, 김포 대곶면 해안 등 11곳에 시민 조사원 22명을 보내 두루미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

시민 조사원들은 해당 지역에서 두루미를 지도에 표시하고 사진을 찍었으며,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위원장이 두루미가 42마리라고 최종 확인했다.

이날 조사에서 인천지역 만조 때인 오후 3시쯤으로 바닷물이 차오르자 강화도 주위 갯벌에 흩어져 있던 두루미들이 만조에도 잠기지 않는 육지 쪽 갯벌로 서서히 이동하며 해 모습을 드러냈다.

강화도 남쪽 선두리에서는 암수 두루미 1쌍과 목 부분이 연한 갈색인 어린 두루미 2마리가 해안선을 따라 오가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동검도 남쪽에서 영종도 방향으로 바다 가운데 넓게 드러난 갯벌에서는 2마리 또는 3∼4마리씩 가족 단위로 14마리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조사는 겨울을 나기 위해 해마다 인천의 갯벌과 섬을 찾아오는 두루미의 개체수를 파악해 서식지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실시됐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는 두루미 개체수의 증가 또는 감소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3월까지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최진형(가톨릭환경연대 선임대표) 인천두루미네트워크 대표는 “인천에서 겨울을 지내는 두루미를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한 먹이터와 쉼터, 잠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두루미 보호와 서식지 보전 활동의 기본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 두루미가 언제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개체 수 동시 조사를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시민 조사원이 김포 대곶면 해안가에서 두루미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두루미네트워크

한편 두루미는 해마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와 몽골, 중국을 떠나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들 대부분인 1400여 마리가 강원도 철원과 연천, 파주 일대 비무장지대 주변 민통 지역에서 주로 월동한다. 두루미는 사람의 간섭이나 자동차 소음이 비교적 적은 습지와 농경지에서 쉬면서 논바닥의 낙곡이나 거미류 같은 곤충, 우렁이나 미꾸라지를 찾아 먹는다. 인천 지역에서는 갯벌 습지가 발달한 강화도와 영종도 주변에서 월동하는 두루미가 점차 늘고 있다.

인천 서구 연희동과 경서동 일대는 갯벌이 넓어서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수백 마리씩 날아오던 곳으로 지역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아파트, 공장, 창고, 쓰레기 매립장 등이 들어서면서 두루미가 오지 않게 됐다. 이후 10여 년 전부터 강화도 주변에서 다시 관찰되기 시작했다. 개체수도 해마다 조금씩 늘어 2022년 1월에는 50여 개체가 관찰되기도 했다.

한편 인천두루미네트워크는 인천의 시조인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2022년 1월 14개의 시민단체와 기관, 개인 등이 모여 발족했으며 가톨릭환경연대(대표 최진형)가 간사단체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