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대북 송금·이재명 대표 변호사 대납 의혹, 입 열까
▲ 수원지검, 수원고검./사진=연합뉴스

10일 오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이 벌인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8개월 만에 태국에서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그룹의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이었으나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거처를 옮겨 8개월 가까이 도피 중이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는 한편,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수백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임의처분하지 못하게 동결하는 등 신병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도피 초기 쌍방울 임직원 등을 동원해 한국 음식을 조달받는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해 '호화 도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지인들과 골프를 치려고 골프장에 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여권 무효화로 태국에서 추방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만약 그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할 경우 국내 입국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송환될 경우 검찰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그룹의 ① 전환사채 관련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② 배임·횡령 ③ 대북 송금 ④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이던 검찰이 의혹의 당사자이자 핵심 인물의 진술로 지지부진했던 수사에 급진전을 이뤄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 측이 주목하고 있는 쌍방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200억원 전환사채(CB)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 공시했다는 내용으로, 해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CFO) A 씨와 현 재무 담당 부장 B 씨는 전환사채 인수 회사가 그룹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을 공시문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 씨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전환사채 매수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회삿돈 30억 원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횡령했고, B 씨는 나노스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보유한 제우스1호투자조합의 조합원 출자지분 상당 부분을 임의로 감액해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변경하는 등 4천500억 원 상당을 배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런 전환사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에도 김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와 B 씨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김 전 회장은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대북 송금 의혹은 쌍방울이 2019년을 전후로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72억 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시기에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북한에 거액의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구속 기소된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김 전 회장이 입을 열어야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1년 넘게 들여다보고 있는 쌍방울 그룹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 됐다는 내용이다.

한 시민단체가 2021년 10월 이 대표가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을 때) 변호사비로 3억 원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불기소한 바 있으나 불기소 결정서에 "통상의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고 명시하며 변호사비가 쌍방울 등으로부터 대납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뒀다.

덧붙여 쌍방울 그룹의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유통 등 횡령 및 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도 적시하기도 했다.

이 의혹 역시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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