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최초 대규모 이주 인연
초기 이민자 중 내리교회 교인 다수
인천 - 하와이 각별한 우호협력 관계
호놀룰루시 '인천의 날' 선포하기도
체계적 지원·귀환 관리 방안 필요성
1883년 개항 후 국제도시 면모 유지
인천공항 보유…해외서 접근성 최고
모국 관문·다문화 포용 상징성 갖춰
인천에서 태동한 한인 이민의 역사가 120년이 됐다. 초기 이민 선조들의 후예가 된 재외동포도 750만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민족·동포애의 관점에서 인식돼 오던 재외동포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지원과 관리를 통해 대한민국 국력 신장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또 증가하는 영구귀환 동포들이 고국에서 희망의 새 날을 가꿀 수 있도록 정착지원 방안도 요구된다.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 세계적 수준의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은 국내외를 연결하는 교통의 강점이다. 새로운 문물을 몰고 온 개항 근현대사의 교류 중심이 제물포였다. 인천과 하와이는 한인 최초의 대규모 공식 이민 역사를 펼친 각별한 우호협력의 관계다.
인천과 호놀룰루 '개더링 플레이스'
하와이의 관문은 오아후섬 호놀룰루다. 오아후는 정치, 경제, 행정, 교육의 중심지로 '개더링 플레이스(Gathering Place)'로 불린다. 한 해 세계 각지에서 1000만명 이상의 여행객들이 모이고 헤어지는 지상의 파라다이스, 만남의 장소를 상징한다.
인천시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호놀룰루 '하와이 시어터'에서 이민 12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인천시립무용단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하와이 교포들은 문화예술 교류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
인천은 이민의 장소성뿐만 아니라 주도성에서 독보적인 우위에 있다. 그동안 재외동포는 부정기적으로 고국을 방문하는 단기 여행자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재외동포의 81만명이 국내 체류자다. 재외동포 관련 사무를 전담할 재외동포청의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
초창기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조선 말기 극심한 가뭄과 기근 등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간 경제 유민이었다.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항일·독립운동을 위해 러시아로의 정치망명이 크게 늘었다.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에서 겐카이마루에 몸을 실은 이민 선조들은 일본에서 갤릭호로 갈아타고 이듬해 1월13일 호놀룰루 항에 내렸다. 그들은 오아후 북쪽 와이알루아 농장 모쿨레이아 캠프에 내려 고된 이국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 1905년까지 7226명의 사탕수수밭 노동이주가 이어졌다.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1910년 주권침탈 이후 노동과 민족교육, 독립운동 등으로 중국, 러시아, 미국, 멕시코, 쿠바, 만주, 사할린, 일본 등으로의 이주가 늘었다. 해방 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쟁고아, 국제결혼, 유학 등의 이유로 미주, 캐나다 등으로 이주가 진행됐다. 1960년대 자녀교육, 외화획득 등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를 넓혔다. 1990년대 이후는 재외동포의 귀환 이주가 늘어나는 시기였다.
진출·유입이민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재외동포의 씨앗을 뿌린 인천에 재외동포청이 유치돼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은 명확하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은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일제의 수탈에 저항하면서도 청·일 조계와 각국 조계가 유일하게 설치된 국제도시를 경험했다. 특히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3년 개관 당시 100년 한민족 이민사의 체계화를 위해 하와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후원을 받았다. 또 첫 이민세대들의 디아스포라를 상징하는 인하대가 인천과 하와이 이민 선조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인하대는 우남 이승만 박사에 의해 1954년 하와이 이민 50주년 기념으로 건립됐다. 인천내리교회는 한국 이민사의 첫 막을 연 장본인이다. 하와이 이민의 대부분이 내리교회 교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오후 호놀룰루 한국일보하와이지사에서 열린 한민족 공식이민 120주년 기념 특별사진전 <제물포에서 포와로, 다시 인천으로>가 열려 진출·유입이민의 역사를 정리했다. 오아후섬 지역에는 이민, 독립운동 등과 관련된 30여개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도시개발에 따라 유적 터만 확인할 정도로 구전되는 실정이다. 특히 1926년 빅아일랜드 힐로 북방 정글지역에 있는 우남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동지식산주식회사의 숯가마터는 정부 차원에서 복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훼손 정도가 심각해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와이한인문화회관 아만다 장 위원장(변호사)은 “일본, 중국, 필리핀, 오키나와 등과 달리 한인 문화회관이 없어서 독립운동의 역사적 사실 등을 타민족, 관광객들에게 알릴 수 없다”면서 “현재 210만달러 규모로 구입한 빌딩을 시내 지역과 대체해 한글, 역사 등을 가르치고 경로대학 등을 운영하는 등 원스톱 생활문화회관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호놀룰루에서 42년간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태호 진아스바베큐 대표는 “인천은 국제공항에서 가까워 해외에서의 접근성이 매우 좋은 입지”라며 “재외동포청이 다른 시·도에 설치되면 교통이용 등 상당히 불편해 업무효율성과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모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외동포청, 인천공항 접근성이 핵심
재외동포청은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대 간 한민족 네트워크를 강화해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신장해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도 지게 된다.
호놀룰루 시는 이민 120년을 맞아 12월 22일을 '인천의 날'로 선포했다. 인천은 과거부터 역동적인 근대사를 겪고 다문화를 수용한 포용적인 도시이다. 730만 재외동포들이 인천에 첫 발을 디디면서 비로소 모국의 문을 열고, 인천의 마지막 땅을 밟고 거주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천은 새로운 이주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고, 디아스포라의 귀환을 품은 도시다.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유치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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