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한 헤르손 참상./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식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크리스마스라고 전쟁이 멈추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잇단 포격을 퍼부었고 그 결과 최소 10명이 숨졌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헤르손의 참담한 모습들이 담긴 사진을 연이어 올린 뒤 "소셜네트워크가 이 사진들을 ‘민감한 콘텐츠’로 표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실제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긴 군사 시설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테러이며, 위협과 쾌락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 덧붙였다.

야로슬라프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는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이번 포격으로 10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유리 소보레우스키 헤르손 제1부의장은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헤르손 자유 광장에 있는 슈퍼마켓 바로 옆에 떨어졌다며 "그곳에는 (평범한) 시민들뿐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휴대전화 심(SIM) 카드를 판매하는 여성과 트럭에서 짐을 내리는 사람들, 행인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헤르손 당국은 러시아군이 전날에도 헤르손 지역을 무려 74차례 포격해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러시아에 빼앗겼던 이 지역을 지난달 8개월여 만에 되찾은 바 있다.

이에 앙갚음하듯 러시아는 헤르손의 주요 기반 시설을 연일 포격하고 있다.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정확히 10개월이 되는 날이자 크리스마스이브지만 러시아는 헤르손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기적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항전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촬영된 이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공격과 위협, 핵무기 협박, 테러, 미사일 공습을 견뎌냈다"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겨울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