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는 위로 보이는 둥근 하늘이 세상의 전부하고 생각한다. 개구리 페페와 필라, 페트라는 우물 밖으로 나와서야 비로소 눈부신 태양과 둥근 달, 지는 해와 노을을 보게 된다. 민중교육의 선구자 가르시아가 지은 <개구리 페페 이야기>의 스토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더 넓은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됐었다. 쉬었다 보니 모든 길이 인천으로 통한다는 역사적 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천을 거치지 않고는 중앙이나 지방으로의 진출이 어려웠던 것이 대한민국 근대사의 기록이다.

 

모든 길 인천으로 통한 근대사의 기록

고대 중국으로 가는 첫 뱃길이 한나루 능허대에서 열렸고,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국제공항이 건재한다. 인천은 구한말 한성 진출을 노리는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왜란과 호란, 양요가 휘몰아치며 경제수탈과 주권상실의 역사를 기록한 중심이다. 특히 주권상실 이전이나 이후 모두 인천은 독립운동의 전초기지로 활약했다. 조선 후기 양명학파 정제두 등에 의해 형성된 ‘강화학파’는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인재육영에 앞장섰다. 조선말기, 강화학파의 후학 이상설, 박은식 등이 대거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의 강제 해산 후 조직된 강화의병은 일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최초의 항일의병이었다.

개항 제물포는 근대문물의 유입은 물론, 외국인들의 활발한 교류와 활동의 공간이었다. 1919년 4월 만국공원(자유공원)에서 열린 한성정부 수립 13도 대표자회의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근간이었다. 1885년 미국인 아펜젤러 감리회선교사는 최초의 서양식 대불호텔에 여장을 풀고 커피를 마셨다. 제물포구락부에선 사교모임이 이어졌다. 개항 후 인천은 청_일 조계와 각국 공동조계가 설치된 유일의 지역으로 수탈의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일찍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독보적 이민 브랜드 내리교회, 인하대…

올해 인천은 하와이 이민 120주년을 맞이했다. 인천시는 오는 22일 하와이에서 이민1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인하대 총동창회가 동행한다.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항에서 낯선 하와이로 향한 사탕수수밭 노동이민이 대한민국 첫 공식 이민이다. 이민 선조 대부분은 인천내리교회 존스 목사의 권유를 받아들인 교인들이다. 인천 출신이 전체 이민자의 84%를 차지했다. 그들은 내동 데쉴러이민사무소에 집결해 유민원이 발행한 집조(여권)를 받고 해관 부둣가로 향했다. 그날, 제물포항에는 오늘과 같은 한파가 생존과 두려움의 옷깃을 파고 들었을 것이다. 1905년 4월까지 65편의 선박이 출항했고, 7415명이 하와이로 이주했다.

하와이이민 50주년을 기념해 우남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53년 6월 피난지 부산에서 ‘인하대학 설립에 관하여’란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설립자 우남이 직접 인천의 ‘인’과 하와이의 ‘하’를 따서 교명 ‘인하’를 지었다. 1954년 ‘공업입국, 조국부강’의 기치로 출발한 인하대는 2024년 창학 70주년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20만명의 우수 인재를 배출했다. 인하대는 하와이에서 펼쳐진 민족 교육운동이 다시 조국으로 이어진 완벽한 디아스포라 귀환의 상징이다. 또 월미도의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장대한 이민의 역사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첫 이민의 역사를 열고 기록해온 ‘인천내리교회, 인하대학교, 한국이민사박물관’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독보적인 인천의 정체성이고 도시브랜드이다.

 

재외동포청, 조국선조 잇는 자긍심 될 것

재외동포 750만명의 시대다.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14.4% 규모다. 진출이민과 함께 유입이민 인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재외동포청 설립 국회 입법발의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고려인, 조선족, 사할린 한인, 재일∙재미∙재독교포, 하와이∙멕시코 이민 등 190여 국가에서 한국인으로서의 꿈과 희망을 펼치는 이민 4~5세대들도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민의 문을 열고 전국 최대의 고려인마을(함박마을)이 조성된 인천은 세계 재외동포를 포용하는 연대의 중심이 돼야 한다. 재외동포청 설립은 이민 선조의 정체성을 잇고 조국을 재발견하는 자긍심이다. 근대사의 모든 길이 통하고 우물 밖 세상을 발견해온 인천은 재외동포의 미래 비전을 성취해 나갈 충분한 DNA를 품고 있다. 

 

/김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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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외동포청 유치지지 얻는 인천의 도전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이민은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을 출발한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이민이다. 하와이 이민 120주년을 맞아 20일(현지시간) 유정복 인천시장과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일행은 인천의 자매도시 호놀룰루시를 방문 '인천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를 얻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유 시장은 지난 11월17일 유럽한인총연합회, 이번 달 17일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협회로부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에 대한 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