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말 무사 1,3루에서 SSG 김강민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말로 표현할 수 없네요. 소름이 돋는 순간입니다...”

9회말 드라마틱한 김강민의 끝내기 3점포가 터지는 순간 그라운드는 폭발했고, 방송국 해설위원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SSG랜더스는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 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까지 0대 4로 뒤지다 8회말 최정의 투런포와 9회말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 두방으로 5대 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5차전 승리로 한국시리즈 전적 3대 2를 기록한 SSG는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이날 SSG는 키움 선발 안우진의 ‘괴력투’에 눌려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안우진은 선발로 나서 6이닝 2피안타, 4사사구, 6삼진 0실점으로 SSG 타선을 완벽히 막았다.

반면 키움은 SSG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1회 2점, 2회 1점을 추가하며 앞서나갔다.

6회 바뀐 투수 문승원을 상대로 또 1점을 뽑으면서 키움은 4대 0을 만들었다.

패색이 짙던 SSG는 8회 최정이 투런포를 터트리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SSG 노경은이 키움 타자 3명을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했고, 9회말 마지막 공격 기회.

첫 타자 박성한이 바뀐 투수 최원태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어 나온 최주환은 죽다 살아났다.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윙이 나왔고, 비디오 판독 끝에 삼진 대신 파울볼 판정을 받으며 기회를 잡은 최주환은 결국 최원태와 끈질긴 승부 끝에 10구째 우익선상 적시타를 터트리며 주자 1, 3루를 만들었다.

노아웃 주자 1, 3루에 김강민이 대타로 타석에 섰다.

김강민은 2번째 투구까지 2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최원태가 던진 3구(144km 슬라이더)를 정확하게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이 순간 인천 SSG 랜더스필드는 SSG 팬들의 함성과 환희로 터질듯 했다.

방송국 해설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소름이 돋는 순간입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라며 감탄했다.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이날 데일리 MVP로 뽑힌 김강민은 지난 1일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에 역시 대타로 나와 세웠던 역대 포스트 시즌 최고령(40세 1개월 19일) 홈런 기록을 6일(140세 1개월 25일) 만에 깨트렸다. 1차전에서는 팀이 패해 제대로 웃지 못했지만 이번 5차전은 끝내기 홈런포여서 몇배의 기쁨을 맛봤다.

▲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SSG 김강민이 추신수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연합뉴스

김강민은 또 한국시리즈 최초 ‘대타 끝내기 홈런’ 기록도 작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강민은 "아웃이 되더라도 진루타를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홈런이 될 거라는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치고 보니 홈런이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한국시리즈에서 내 역할이 '게임 체인저'. 지고 있을 때 대타로 나간다.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경기를 보고 있으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벌써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 두 개의 대타 홈런을 친 것에 대해서는 "계속 나오니 쉬워 보일 수도 있는데 어려운 거다. 앞으로는 출루와 적시타로 팀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태기만 해도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뛰어난 동료 덕분에 정규시즌 우승은 숟가락만 얹었다. 맏형으로 큰 무대에서 아직 힘을 보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리즈다. 1승만 더하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벤치에서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게 힘들다. 저까지 아예 기회가 안 왔으면 좋겠다. 벤치에서 편하게 응원하다가 마지막에 하이 파이브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아울러 이날 8회말 추격 투런포를 날린 최정은 역대 한국시리즈 홈런 타이 기록(두산/타이거 우즈/7개)을 작성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거둔 SSG는 1승을 더하면 SSG로 유니폼을 갈이입은 지 2년 만에 첫 우승을 일군다.

또 전신 SK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하면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두 팀의 6차전은 8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윌머 폰트(SSG)와 타일러 애플러(키움)의 선발 투수 대결로 막을 올린다.

한편, 전신 넥센 히어로즈 시절을 포함해 2014년, 2019년 한국시리즈에 올라 두 번 모두 준우승에 머문 키움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해까지 양 팀이 2승 2패로 맞선 채 진행된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 샴페인을 터트린 사례는 80%(10번 중 8번)에 달한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