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고려청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자기다. 청자는 중국에서 전해졌지만,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색(翡色)을 자랑하는 독창적인 고려청자로 발전했다. 고려청자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오월국이 북송에 망한 뒤 그 나라 도자기 장인들이 고려로 유입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고려 왕조가 들어서면서 지배계층의 청자 수요도 한몫을 했다. 고려시대 전반에 걸쳐 장식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대표적 공예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색으로 불리는 빛깔과 독창적 상감기법은 고려청자의 압권이라고 평가된다. 고려청자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취색이 아니라 비색을 띤다. '비'는 한자로 물총새 비(翡)를 쓰는데, 그 깃털이 주는 색깔이 비색이다. 오묘하고 그윽한 색감으로 알려진다. 중국 송나라 때 서긍은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편찬한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고려청자의 정교함과 비색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엔 이런 고려청자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 바로 녹청자도요지(綠靑瓷陶窯址·사적 제211호)다. 얇은 청자계 태토(胎土) 위에 녹청색 유약을 발라 구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서민들이 사용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전해진다. 청자의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유물이다. 가마터 역시 전국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유약의 성분이나 소성(燒成) 온도 등을 미루어 매우 희귀한 양식이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은 가마터에서 발굴된 자기 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녹청자도요지의 중요성을 감안해 2002년 녹청자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셈이다. 녹청자박물관은 이를 기념해 특별전 '丹粧, 꽃으로 단장한 청자'를 지난 22일부터 12월4일까지 진행한다. 전시에선 푸른색 바탕 위에 화려한 꽃으로 치장한 고려시대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현대 도예 작가들이 녹청자와 청자에 꽃을 더해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들도 유물과 함께 감상하며 전시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박물관 측은 “청자는 고려시대 생활 속에서 실용적 가치를 보여줬고, 거기에 더해 유려한 도자기 형태만으로도 당대 최고의 미술 문화를 보여주는 예술품이다”라고 설명한다.

녹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에 대한 우리 의식과 시각을 한단계 높여줄 귀중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으니, 지역의 '보물'로 일컬을 만하다. 인천의 유일무이한 도요지를 둘러보며 '인천의 미(美)'도 함께 상기하자. 인천의 전통을 일깨울 녹청자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싶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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