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은 꿈틀거린다. 짙은 어둠을 뚫고 드러나는 빛은 더욱 환하다. 마침내 온누리를 밝히며 뭇 생명들의 삶을 보듬는다. 그만큼 빛을 보아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새벽에 어렴풋이 밝아오는 빛과 더불어 사람들은 비로소 기지개를 켜며 아침을 맞는다.

지금이야 밤에도 여기저기 조명을 밝혀놓아 편하게 생활하지만, 불과 한세기 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 호롱불에 의존하며 밤엔 갖은 활동을 멈췄다. 국내에 전기(電氣)가 들어온 때는 1887년 3월 경복궁에 전등을 켜면서부터라고 한다. 1898년엔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했다.

인천은 전기 부문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빨랐다. 개항(1883년) 후 다양한 업체에서 필요로 해 1905년 6월 전기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각국 외국인이 공동 출자한 인천전기주식회사를 시초로 한다. 처음엔 비싼 사용료와 경기불황 여파 등으로 인해 소수만 전기 혜택을 누렸다. 우여곡절 끝에 1933년쯤에 이르러서야 활성화해 1만7000여 가구에서 4만3000여 등(燈)을 썼다고 한다. 주요 사용처는 정미업·철공업·인쇄업·제분업 등이었다.

이런 역사성과 관련해 인천시가 지난달 국내 첫 '빛의 도시'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모한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에서다. 국·시비 56억원이 투입된다. 따라서 시는 중구 개항장을 비롯해 송도국제도시와 월미도 등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야간 관광벨트와 10대 야경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밤에도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 개항장엔 오래된 일본 양식의 건축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년 9∼10월 열리는 '개항장 문화재 야행'은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4∼25일과 이달 15∼16일 중구청 일대에서 개최한 야행에서도 찾은 인원이 10만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올해는 8개 야(夜)를 바탕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개항장 내 차이나타운엔 붉은색으로 단장한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국 건축 양식과 한국의 문화가 접목된 이색 풍경을 보고, 중국음식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개항장 인근엔 월미도와 인천항 등 밤이 아름다운 곳이 아주 많다.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인천아트센터도 송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밤 명소다.

빛은 희망의 상징이다. 근대 역사와 문화유산이 몰려 있는 인천에서 '빛'을 주제로 한 행사가 인천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시가 '올 나이츠 인천(all nights incheon)'을 슬로건으로, 인천을 다시 찾는 도시로 꾸미겠다고 밝힌 포부를 응원한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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