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그리운 금강산'은 인천에서 탄생한 '국민 가곡'이다. 국민들이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애창하는 노래다.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게끔 하는 가락이 압권이다. 국민들에게 감동의 선율을 선사하는 이 곡은 해외 정상급 성악가들의 공연에서도 자주 불린다. 최영섭(93) 작곡가가 짓고, 한상억(1915∼1992) 시인이 가사를 썼다. 강화 출신 두 예술가의 교류가 맺어준 명곡이다. 1961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11년을 맞아 KBS의 청탁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 광장엔 이 명곡을 기리는 노래비가 우뚝 서 있다. 새얼문화재단에서 2000년 8월15일 세웠다. 악보·가사·곡 의미를 새겨넣은 노래비는 가로 640㎝, 세로 380㎝, 무게 30t 등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전국에서 가장 큰 노래비란 평을 듣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은 2018년 10월 노래비에 놓인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그리운 금강산' 곡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최영섭 작곡가와 한상억 시인, 신태범(1912∼2001) 박사 등 세 명의 문화예술 흔적을 떠올리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중구 신포동 떼아뜨르 다락에서다. 신 박사가 운영했던 인천 최초의 외과 병원 '신외과 의원' 자리다. '인천 한 세기' 등 여러 책을 집필한 신 박사의 서재는 이제 '한옹(汗翁) 사랑방'으로 변신을 꾀했다. 인천문화예술인들이 오가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그리운 금강산과 세 분의 인연'이란 주제로 오는 11월3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선 '그리운 금강산' 악보 초본, 인천문총회보 창간호, 자필 원고, 저서, 팸플릿,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노래의 탄생과 함께 시대상 등을 살펴볼 수 있어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문화예술 총연합회 회원이었던 3명 중 신 박사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지부 부위원장으로 문화예술계를 이끌었다. 한상억 시인은 문학분과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그 때 최영섭 작곡가는 서울대 음대 재학생 대원이었다. 이들의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돈독한 관계를 유지·교류했다고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그리운 금강산'이란 주옥 같은 명곡이 나왔다. 이들의 활동 공간은 신포동으로, 그 무렵 '문화인의 집 유토피아 다방'에서 문화와 예술을 논하며 창작열을 불태웠다고 한다.

요즘 인천에선 최영섭 작곡가의 유물 보존 활동이 활발하다. 몇년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 작곡가의 친필 악보와 음반 등을 전산화해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작곡가는 자신의 유물들이 고향 인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최영섭은 작품을 통해 인천을 빛내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인 '인물'로 기억될 터이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