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강화도엔 철마다 해풍이 분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서다. 이런 해양성 기후와 함께 해풍에 영향을 받은 땅엔 미생물이 많고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비옥한 토지를 만들어 주는 조건이다. 강화에선 주로 간척지에 곡식을 재배한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함유한 토양은 곡식의 여뭄을 좋게 한다. 강화에선 특히 모든 농업용수를 지하수나 강우에 의존한다. 오염을 별로 타지 않은 청정수로 재배돼 강화군 농특산물의 진가를 높인다. 아울러 강화지역엔 일조량이 많고, 밤낮 기온 차가 전국 어느 곳보다 뚜렷하다. 각종 곡식의 상품성을 높이는 데에 좋은 영향력을 끼친다.

강화에서 나오는 곡식 중에서도 쌀을 으뜸으로 친다. 강화섬쌀은 맛과 저장성 면 등에서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이유다. 본보가 연재하고 있는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중 '드셔보시겨, 인천 강화섬 쌀' 편에서도 그 명성은 그대로 이어진다. 강화도 쌀이 인기를 얻는 데엔 그만한 까닭이 있다. 특출난 밥맛 덕분이다. 강화쌀은 비료를 적게 사용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래서 단백질 함량이 낮고 찰기와 윤기가 뛰어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밥이 식은 뒤에도 밥맛이 좋아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도 했다.

강화도의 벼 재배면적은 총 9914㏊로 매년 4만9820t가량의 쌀을 생산한다. 전국의 1% 면적을 차지하는 곡창지대이다. 강화군은 우리 쌀의 품종 보급에 속도를 낸다. 농가와 소비자가 원하는 최고 품질의 고부가가치 쌀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농촌진흥청(국립식량과학원)·농협·농업인·소비자와 더불어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에 나서 '나들미'를 개발했다. 이 쌀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5.8%로 낮으며, 맛이 찰지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전국 소비자 밥맛 평가단에서도 “밥맛이 아주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군은 내년까지 '나들미' 시범재배 단지를 100ha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도 강화섬쌀은 풍년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공급 과잉으로 쌀값 폭락이 이어져서다.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라고 한다. 강화군은 벼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강화섬쌀 팔아주기 운동'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군은 햅쌀 수천t을 매입해 시장격리에 나서는 등 쌀값을 안정시키려고 온갖 힘을 쏟는다.

죄다 오르는데 쌀값만 지지부진하다. 곧 햅쌀을 거둬들이면, 묵은쌀은 '찬밥' 신세로 떨어질 게 뻔하다. 농민들은 강화섬쌀이 헐값에 팔리지 않길 바란다. 1년 내내 땀 흘려 지은 농사가 헛되지 않길 빌면서….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