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인천시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첫 공립 박물관이다. 1946년 4월1일 중구 자유공원 인근 세창양행 사택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한국 미술 1세대 평론가로 일컫는 석남(石南) 이경성(李慶成)(1919∼2009)이 초대 관장을 맡았다. 1990년 5월 연수구 청량로에 박물관 건물을 새로 지어 옮겼다. 선사시대부터 근대 개화기까지 소장 유물은 1만여점에 이른다.

대체로 인천을 서울의 관문 정도로 알고 있지만, 개항(1883년) 후 인천은 서울보다 먼저 세계 신문명이 들어온 길목이었다. 경인철도·천일염전·대불호텔·각국공원·우편국·팔미도등대 등 무려 40여개가 국내 처음으로 인천에서 선을 보인 까닭이기도 하다. 광복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첫 공립 박물관이 인천에 문을 연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랑스러운 인천 문화의 역사이자 가치다.

그런 역사를 이어받아서일까. 인천에선 굵직한 미술 관련 행사들이 진행된다. 지난 9월1일∼11일엔 전국 최대 미술축제인 '2022 미술주간'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올해 '미술주간'엔 230여개 미술관이 함께했다.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객들은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고, 작품을 같이 만들고, 미디어 기술을 접목하는 등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디지털 아트를 활용한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11월16~20일엔 송도 컨벤시아에서 인천아시아아트쇼(IAAS)가 개최된다. 지난해 11월 처음 열린 IAAS는 시립미술관 한 곳 없는 인천에 미술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씨앗을 심었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 80개국 작가의 작품 5000여점을 선보이면서 작품 판매액 70억여원, 국내외 관람객 4만9000여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70여개국 1000여명 작가의 5000여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인천엔 아직 시립미술관이 없다. 다만 '인천뮤지엄 파크' 건립 사업이 벌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미술관·박물관·공원 등이 결합한 전국 최초의 복합문화시설로, 미추홀구 학익동에 들어선다. 당초 2025년 말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예산 부담을 키워 2027년 상반기 개관으로 계획을 늦췄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 기증품 전국 순회전을 기획하면서 인천을 제외했다는 소식이다. 인천에 공립 미술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인구 300만명의 도시에 시립미술관 하나 없다는'걸림돌'로 막힌 셈이다. 시민들은 그래도 폭넓은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누릴 인천뮤지엄 파크의 개관을 기다리며 '다음'을 기약한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