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미국의 고속도로 인터 스테이트(Inter States)를 달리다 보면 휴게소(Rest Area)가 번갈아 나온다. 뉴욕시에서 버팔로까지 연결되는 800㎞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주파한 것은 대학졸업반이던 1965년 가을 미국정부 초청 때였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편의점과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간편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 것이 고속도로가 없던 나라의 대학생에게는 신기하게만 보였다. 미국 여행을 자주하게 되면서 고속도로에 '음식(식사) 출구' 또는 '맥도날드·KFC 출구' 같은 표지판이 자주 보였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주변의 음식점을 안내해주는 미국을 보면서 주변의 업소들을 배려하는 강자독식이 아닌 자본주의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자주 이용하던 고속도로는 파리에서 대서양의 항구도시 도빌로 연결되는 A13과 파리에서 리용을 경유하여 니스로 가는 A8이었다. 도빌까지의 200㎞가 되는 A13에는 네 개의 휴게소가 있는데 커피와 간식을 파는 것이 전부였다. 휴게소 담당자에게 음식은 왜 팔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까지 팔면 주변 레스토랑은 어떻게 되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파리에서 니스로 연결되는 A8 고속도로는 1000㎞나 되는 장거리인데다가 리용, 마르세유 같은 대도시 부근의 휴게소에서는 레스토랑들이 있기는 하다. 고속도로 회사에서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라고 설명하며 대부분의 휴게소는 간편한 식음료만 취급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속도로에서 인접국으로 연결되는 도로에서 장거리 트럭들도 많아 운전사들을 위한 레스토랑이라는 설명이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1970년대 초반에는 승용차가 별로 없었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마이카 시대가 시작되면서 휴게소의 수익성은 좋아졌으나 값비싸고 불결한 휴게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었다. 1995년도부터는 휴게소 사업을 민영화하여 입찰제를 도입하였으나 공사나 업자들은 계속 이익극대화에 집착하다 보니 입점한 매점들은 위탁운영업체에 매출의 50~70%를 그리고 위탁업체는 도로공사에 10~20%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그 동안 누적되어온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음료 값과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음식값을 10% 인하해 주라고 도공에 제안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음식값을 내리면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공공기관 평가 때 불리하고 임직원들의 성과급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통행료 이외에 휴게소 음식장사로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준다니 국제적인 코메디감이다. 이같은 와중에서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선택권이 박탈된 고속도로 이용자들을 저질·고가 음식으로 우롱하는 공공기관의 작태는 종말을 고했으면 한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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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의 지구촌] 1063회 5035㎞를 완주(完走)한 '국토 사랑' 프랑스의 서남부 피레네 산맥에 자리잡고 있는 생 장 피에 드 포르는 중세의 중세의 목가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다.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갔던 곳이며 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께서 회갑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하실 때 모시고 갔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마을이 전 세계에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 지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말이었다. 스페인의 수호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요한 바오로 교황이 찾아가고 순례길이 유네스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