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청년은 신체·정신적으로 한창 무르익은 시기에 놓인 이들을 가리킨다. 대개 20살부터 29살까지를 지칭하지만, 사회가 바뀌면서 그 폭을 넓히기도 한다. 열정에 불타는 의기를 가진 청년이란 뜻의 열혈청년(熱血靑年)도 사전에 올라 있다. 열혈은 열렬한 정신이나 격렬한 정열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실 '청년'이란 단어의 역사는 짧다. 1898년 이른바 '청년애국회' 사건 이후에야 세간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그 해 7월1일 정부·학교·독립신문 등에 대한청년애국단 명의로 황태자의 대리 청정 등을 요구하는 편지가 배달되면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1903년 10월28일 선교사 언더우드와 길레트 주도로 서울에 황성기독청년회라는 이름으로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가 탄생한 이후 부쩍 자주 쓰였다고 전해진다.

처음에 청년이란 단어는 새로움과 신문명 건설을 의미했다. 한국 YMCA는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이란 개념을 발견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킨 단체로 알려져 있다. 당시 우리나라엔 소년(少年)이나 장년(壯年)은 있었지만, 청년이란 말은 없었다. 청년이란 용어는 일제 강점기 이후 잠깐 퇴조하긴 했어도, 1920년부터 동아일보와 잡지 개벽에 청년을 문화운동 주역으로 부각시키는 기사가 속속 등장했다. 다시 활황기를 맞은 계기였다. 1920년엔 조선청년연합회가 결성됐고, 그 이후 2000개 이상의 청년회가 생겨났다고 한다.

인천 서구가 문화예술 분야를 스스로 기획해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열혈청년단'을 꾸려 관심을 끈다. 서구문화재단은 예술과 문화가 일상처럼 흐르는 곳으로 떠오르기 위해선 특히 청년층의 주체성을 중요하다고 보고, 지난 5∼6월 열혈청년단을 모집했다. 청년들의 성장을 지원하며 예술적으로 육성하는 결과물이 서구란 도시의 양분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서구 내 만 18~39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었다.

각종 교육을 밑거름으로 삼은 이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각자 구상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청년들의 생각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열혈청년단이 기획한 소재는 아주 다양하다. 음악·감정향수 만들기·명상·서구 원도심 기록 등을 통해 오늘을 재발견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자는 취지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서구에서 열혈청년단의 활약이 무척 기대된다. 과거 겉핥기식 문화예술활동에서 벗어나 긍정·부정적 감정들을 싹 녹여내며, 지역민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였으면 싶다. 회복과 탄력을 목표로 법정문화도시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서구에서 이들 사업이 열매를 맺길 바란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