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에서 동원령 반대를 외치다 체포되는 시위대의 모습./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전국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다 최소 50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로이터 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대상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311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사는 러시아 곳곳에서 동원령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소규모 그룹들의 사진과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전국 단위로 일어난 첫 반전 시위라고 외신은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반전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한 반전 단체는 "이것(동원령)은 우리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갈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전쟁은 모든 가정과 모든 가족에게 닥쳤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모스크바 검찰청은 인터넷상에서 미허가된 가두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거나 직접 참여할 경우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 민심은 이미 공포에 휩싸인 듯 보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에서는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해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이 힘들어지자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이 많이 늘어난 게 눈길을 끌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러시아 내 뇌물은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흔해지고 심해질 것이라고 외신은 내다봤다.

"최근까지만 해도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식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러시아 시민들에게 큰 개인적인 타격이자 절박해진 상황"이라며 "이제 전쟁은 이들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