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br>
▲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야구 만화 'H2'에 나오는 대사다. 마지막 3아웃을 잡기 전까지 야구는 끝나지 않는다. 공 하나마다 희비가 엇갈리지만, 또 공 하나마다 새로운 승부가 펼쳐진다. 달리 말하면 야구는 기회의 스포츠다.

넉 달여에 걸쳐 '구도 인천'이라는 주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인천 야구를 되돌아봤다. 야구인들을 만나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진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였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 야구부 선수들에게 프로야구는 꿈의 무대이자, 유일하다시피 한 선택지다. 피라미드와도 같은 진학의 고비를 넘어 마주하는 신인 드래프트는 극소수에게 성취감을, 대다수에게 상실감을 안겨준다. 프로야구의 화려함 이면에는 성년의 길목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이 있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야구가 인생에서 나침반이 된다면, 지명을 받지 못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꿈나무는 많아질 것이다. 구도 인천에서 야구는 아직 그런 스포츠가 되지 못했다.

타석에 서면 스트라이크 불이 켜지는 동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열 번 중에 일곱 번을 실패해도 '3할 타자'로 칭송받는다. 오늘 경기에서 지더라도 끝이 아니다. “승리를 통해서는 조금 배울 수 있지만, 패배로부터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이 남긴 말이다.

일주일 뒤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10개 구단은 신인 110명을 뽑는다. 10년 넘게 야구만을 보고 달려왔던 학생 대부분은 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비록 이름이 불리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또 다른 야구는 계속되길 바란다. 인생은 이제 막 '플레이볼' 한 것뿐이니까.

/이순민 탐사보도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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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늘의 운세 며칠 전 기사를 쓰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2년 가까이 인터뷰를 이어온 취재원이었다. 그는 본인 얘기를 기사화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대로 초고를 덮었다. 마감이 끝난 저녁과 휴일 틈틈이 정리했던 기록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기획안부터 다시 써야 했다.취재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발제부터 보도까지 밑그림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예기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리고, 그때마다 기사는 널뛰기를 거듭한다. 일간지 기자들에겐 으레 매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