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빙(金憑)은 원래 안질이 있어 날이 춥거나 찬바람이 불면 눈물이 절로 흘렀다. 그것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선조23년 역신 정여립의 시신을 놓고 추가로 형벌을 내리는 자리였다. 형조좌랑으로 입회한 김빙이 눈물을 흘렸다. 마침 날이 매우 차가워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던 것인데 그것이 역적을 동정하는 눈물이라고 모함을 받았다. 후세는 그때 김빙의 안질이 황사 때문이 아니었나 추측한다. 예전에도 황사와 그로 인한 질환도 많았던 모양이다. 하긴 역사에는 흙비니 붉은비니 하는 것이 내렸다는 기록이 자주 보인다.

 황사는 중국의 고비사막과 화북지방 황토지대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우리나라에 날아와 떨어지는 현상이다. 저기압의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공중 높이 불려 올라간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것이다. 매해 3~5월에 걸쳐 20회정도 발생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4~5회이다.

 그러나 규모와 피해는 대단하여 결코 섣불리 생각할 일이 아니다. 황사의 먼지구름 면적은 남한의 17배나 되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대만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심한 경우 하와이나 북태평양의 쿠릴열도에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한번에 운반되어 오는 흙의 양은 2백만t 정도로 4t 트럭 50만대분이며 이럴 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3~5㎞에 불과하다.

 황사가 끼치는 영향은 ①대기오염 ②일광의 차단 ③안질과 호흡기질환 유발 ④비행과 전신 장애 ⑤농작물의 생육 지장 따위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중국의 공업화가 뿜어주는 공해까지 가세한다. 이럴 때 외출에서 귀가하면 몸을 깨끗이 하고 생활용기 등의 노출을 막아야 한다.

 가뜩이나 각종 공해로 시달리는 인천은 대륙과 가까운 탓에 황사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다. 황사가 황해를 건너오는 데는 불과 하루 이틀이면 가능하다. 가만히 앉아서 뒤집어 쓰면서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다. 예보는 적중하여 25일 단비끝에 불청객 겨울철 황사가 엄습 하루종일 뿌옇게 항도를 흐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