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본사 데스크에서는 흥미있는 연재기사를 발굴해 보자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점포들을 찾아서 연재해보자고 제의 했었다. 1970년도 초반에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카페, 서점, 화랑, 호텔, 극장들을 다방면으로 수소문해서 찾아내는데 애로가 많았다. 요즘처럼 구글 같이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없을 때여서 오래된 제과점을 찾는 것도 간단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우선 프랑스에서는 우리처럼 주식으로 먹는 각종 빵 종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을 부랑제리(Boulangerie)라고 부르며 각양각색의 과자류를 만드는 가게는 파티스리(Patisserie)라고 구별해서 부른다. 부랑제리에서도 과자류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는 있지만 파티스리에서는 식용빵 종류는 팔지 않는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부랑제리는 옛 중앙시장 레알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색창연한 1730년 루이 15세 때 창업했다는 스토흐러(Stohrer) 부랑제리를 찾아가서 이 집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냐고 점원에게 물으니 대답은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무슨 빵을 원하느냐고 묻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프랑스인들의 부랑제리 애호는 남다르다. 파리 같은 대도시에도 한 블럭만 가면 부랑제리를 만날 수 있어 파리 시민들은 아침 일찍 막 구워낸 각종 빵을 사서 식탁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리지앵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빵집에 가서 바게트라고 불리는 길쭉한 빵이나 반달 모양으로 생긴 크로와상을 사서 온기를 느끼며 아침 식사를 즐긴다. 슈퍼에서 파는 빵 공장에서 나온 빵 대신 동네 부랑제리에서 막 구워낸 빵을 소비하는 시민이란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부랑제리 주인은 항상 여유롭지 못하다. 새벽 3시경 일어나 각종 방을 화덕에서 구워내고 부인은 대부분 매장에서 손님을 맞는다. 5년전 매년 파리시에서 주관하는 부랑제리 경진대회에서 바겟트 부분 금상을 탄 빵집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몽파르나스 대로변에 위치한 빵집 주인이 중년의 모로코 출신이어서 북아프리카 출신의 부랑제리 주인이 많으냐고 물어보니 파리 시내의 경우 절반은 될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부랑제리 주인들은 일년에 한 달 정도의 여름 바캉스 일자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파리시가 여름철 파리에 있는 1200개의 빵집을 7, 8월로 나누어 한 달씩 쉬게 함으로써 부랑제리들이 동시에 문을 닫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10여년 가깝게 필자가 살던 파리 15구에 있는 빵집 주인 제라드씨를 코로나 사태로 근 일 년 만에 파리에 갔다가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며 8월에도 빵 만드느라 수고가 많겠다는 말에 『자유를 앞세우는 프랑스의 빵집 주인만은 바캉스 날짜도 자유롭게 정하지 못한다』며 웃었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