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정도로 기억된다. 1990년대 초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정무담당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외교관 제롬 파스키에씨가 15여년만에 대사가 되어 다시 한국에 왔다. 참사관 시절부터 남다른 식견과 안목 그리고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필자와도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파스키에 참사관의 외교관 승용차에 탑승하여 충북 보은의 법주사를 찾을 때였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화물 트럭만 보면 거리를 두거나 급히 추월하기를 반복하면서 올림픽까지 개최한 선진국의 고속도로에 화물을 적재한 트럭이 과속을 하는 것을 보면 겁이 난다고 실토했다.

▶선진국의 화물 자동차들은 100% 가깝게 유개(컨테이너식으로 화물을 싣는 철제통) 트럭들이어서 파스키에 참사관의 놀라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한국의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물류비용을 절감하다 보니 무개트럭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유개로 개조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5년만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되어 인천시장과의 대담을 위해 서울에서 대사 전용차를 함께 타고 오면서 무개 트럭들이 각종 화물을 멋대로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보면서 파스키에 대사는 그동안 변한게 없다며 아쉬워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대형 화물 트럭의 100%가 유개로 되어 있다. 간혹 무개 대형트럭으로 특수한 장비나 화물을 적재하고 주행할 때는 속도를 낮추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 차량이 앞뒤에 근접해서 주행한다. 수 년 전 벨기에 국적의 관광버스로 유럽 일대를 여행하면서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의 대형차 휴게지역에 잠시 정차한 적이 있었는데 수백대의 화물트럭이 정차해 있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28개국 유럽연합(EU)의 각기 다른 국적이 표시된 유개 트럭의 크기는 거의 비슷했다. 제각기 다른 국가들의 트럭 기사들이 모여 환담을 나누는 것도 보였다.

▶이들 유럽연합의 각기 다른 국적의 화물 트럭들이 동일한 계기를 부착하고 있는 것은 타코미터라고 불리는 속도기록기다. EU 25개국의 경찰관들이 검사해서 과속이나 하루 최대 운전시간(10시간)을 초과했는지를 판독할 수 있는 타코미터를 통해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경찰관들은 대형 화물트럭을 수시로 점검하고 단속한다.

▶조부님(愼順晟 양무호 함장) 때부터 인천 원도심에 살고 있는 필자는 대한민국이 경제규모나 일인당 국민소득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오늘날에도 대형 무개 화물차들이 각종 화물을 가득 싣고 원도심 일대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전율을 느끼며 사고가 날 때마다 절망감에 빠진다. 지난주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알루미늄 폼이 떨어져 승용차 앞 유리창을 파격하는 사고가 있었다. 적재물을 무개 트럭에 제대로 고정하지도 않은 채 달리다 발생한 사고였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운송산업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