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프랑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언론사의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주 찾았던 곳은 알프스에 있는 샤모니 마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산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4,809m)을 가보고 싶어 했으나 1970년대까지도 고속도로가 없었고 철도편도 간단치 않았다. 유럽을 찾은 친지들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파리에서 600㎞ 떨어진 몽블랑의 마을 샤모니를 찾은 것은 도합 30여번이 넘을 것으로 기억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의 정상 코스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곳은 소형 기차로 가는 '얼음의 바다' 빙하였다. 길이가 7.5㎞에 깊이가 200m에 달하는 '얼음의 바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여름철 한낮에 알프스 산록 사이에 만년설이 녹아 조성된 빙하를 뚫어 만든 얼음의 굴로 들어가면 북극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샤모니 주민들에 따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마을에서도 빙하를 볼 수 있었지만 1939년부터 지구 온난화로 매년 평균 30㎝씩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7월10일자 뉴욕타임스는 전면 기사로 이탈리아 알프스쪽의 돌토미테 암벽의 빙하가 붕괴되어 산악인 1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빙하 붕괴와 유럽의 온난화'라는 큰 제목으로 뉴욕타임스는 20~30년 내에 이탈리아 알프스의 빙하가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기후연구소의 코티 박사는 알프스 지역에 산재해 있는 920개에 달하는 빙하의 절반 이상이 2050년 전에 소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논설위원인 폴 크루그먼의 '종말로 질주하는 기후문제'를 일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크루그먼은 폭염과 열대성 열파 그리고 북극의 폭염성 더위에 노르웨이 북쪽 지역의 온도가 27도를 넘나들며 미국 서부지방의 가뭄으로 미드호(1937년 후버댐으로 생겨난 인공호)는 수위가 낮아져 주변 도시 급수가 중단되고 있다고 했다. 기후 변화는 이미 엄청난 재난을 몰고 왔지만 앞으로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끔찍한 재앙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크루그먼은 재앙을 앞둔 지구 온난화 문제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기후변화 방지에 역행하는 판결을 연달아 내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대법원 판결의 배경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의 84%, 석탄 산업의 96% 정치자금이 공화당 쪽으로 가고 있는 것과 유관하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었다. 보수계(공화당) 대법관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대법원에서의 판결에 절망하면서도 미국의 여러 주와 도시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맞서 다양한 방안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대법원의 인적 변화가 요원한 시점에서 기후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양심들은 의회에서라도 기후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계가 허물어지기를 염원하고 있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