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너무 예쁜, 개같은' 출간

출처 모를 버릇처럼/나쁜 꿈을 꿨습니다/이 밤의 출처 없음/이 삶의 해몽 없음/붉어져 개와 꿈으로 깨어나곤 합니다

깊어진 문장들이/다리를 가집니다/아무도 본 적 없는/문장을 찾습니다/말들은 죽고 나서야 읽히는 비겁이에요

선잠이 들기 전/수면제를 먹습니다/이런 게 서정의/새로운 유행이죠/눈 뜨고 흥겹습니다 흐르는 밤만 남아요(너무 예쁜, 개같은 中 서정시)

30대의 최보윤(사진) 작가는 3년 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일반시가 아닌 시조 부문이었다. 정해진 운율을 맞춰 쓰는 전통 문학 시조로 문학계 등장했다는 옛스런 이미지와 다른, 뜻밖의 제목이 그의 첫 시집에 달렸다. <너무 예쁜, 개같은>이다. 제목처럼 극적인 상반을 통해 억지스러운것과 비겁한것을 자조한 최 작가는 그러나 끝내 희망의 서사를 읊고 있었다.

▲지리멸렬하며 눈부신 MZ세대, 시가 된 그들의 언어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여러 방황 끝에 연기를 포기했다.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자기 훼손의 위기에 있을 때 출구의 수단으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몰입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희곡도 쓰고 시도 쓴 그의 20대를 엮어낸 시집이 <너무 예쁜, 개같은>이다. “십여년간 삶을 부정한 순간들, 모든 고통의 지점들을 글로 담았어요. 그럼에도 살고 싶은 의지를 풀어낸 기록이죠.” 시에는 항상 찬란하지도 곧게 뻗은 길처럼 확실하지도 않은 20대의 조마조마한 위태가 활자로 나타난다. 최 작가는 '위악(僞惡)'이라 평가될 정도로 자신을 엄격하게 대했다. “부끄럽고 싫었죠. 어떻게 해야 진실할 것인가가 그 시절 큰 가치였습니다.”

 

▲우연히 읽어 우연히 위로되길

최 작가는 누군가 자신의 시집을 '우연히' 읽기를 바랐다. 작정하고 보거나 평가하려고 보는 '작위'는 지양하는 편이었다. “확실한 건 제가 쓴 시는 겉멋을 부려 의미를 부여하고 지어내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진정성의 힘을 믿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 시가 읽히기를 희망합니다.”

최창호 전 SK와이번스 투수코치의 딸이기도 한 그는 시뿐 아니라 희곡과 산문 등 여러 형태의 글을 쓰며 지낼 계획이다. “시조 장르가 비주류이지만 불필요한 문장을 걷어내고 정제된 본질만 담을 수 있는 시조를 더 연구할 생각입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제공=최보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