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최소화…구조 개선 급하다"

노동시간 줄어 가족과 시간 늘어도
수당·임금 깎여…기술직 30% 육박
최근 10년 최저임금 평균 7% 초과
기업·소상공인 미고려 급격한 인상

중대법, 사업주 경영의욕 위축 우려
면책규정 신설·처벌 수위 변경 요구
현행 연장근로시간 한시적 허용 등
입법 보완·합리적 제도 개선 필요성
▲ 지난 4월20일 인천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대응방안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인천상공회의소

우리 사회는 무분별함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법률 등을 토대로 제도를 만든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행은 곪은 염증을 야기시킬 뿐이다.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등 구멍 뚫린 제도로 현장에서의 어려움만 가속화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입법 보완 등 제도 손질을 통한 구조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다.

▲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 /인천일보DB

▲중소기업 이해 부족...합리적 개선 시급

정부의 주52 시간제 도입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변화시켰다. 노동시간 감소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주52시간제 관련 중소조선업 근로자 의견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54.1%가 시행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제조업 10곳 중 6곳 이상(64.8%)이 비제조업(35.9%)보다 시행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인천 산업의 근간이 제조업임을 감안했을 때 인천지역 중소기업계 또한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탄력·선택근로제 확대도 중소기업 현장과는 괴리감이 있다. 대대수는 갑작스러운 주문 등으로 불규칙적이게 초과근로가 발생하며, 사전 근로계획 수립이 불가능해 탄력근로제 활용에 어려움을 표한다. 특히 뿌리기업, 섬유제조업 등 불가피하게 24시간 내내 기계를 가동해야 하는 업종들은 유연근무제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처지다.

사업주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줄어드는 노동시간으로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현장 기술직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특근수당이 줄어 월급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 평균임금이 1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면서 “저녁 있는 삶을 누리기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퇴근 후 야간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 발달과 코로나 이후 생산량 증가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노사 합의로 현행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1주 연장근로 12시간 한도를 1개월 52시간 한도를 허용하고, 노사합의 시 1년 624시간 한도로 연장근로시간을 적립하고 필요한 때에 휴가로 사용하는 연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아울러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50인 미만 사업장에 영구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간 체계 유연화와 함께 최저임금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강조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평균 7%를 초과하는 급격한 인상 폭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5년간만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인상됐다. 중소기업계는 상대적 빈곤선(OECD 기준 중위소득 대비 50%)보다 높아 최저임금의 목적 중 하나인 근로자의 생활안정은 이미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평한다.

그러나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상황은 고려하지 못한 급격한 인상으로 현장의 어려움은 커진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계는 소상공인의 비중,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과 부가가치 등을 토대로 한 업종별로 결정을 시행하고, 대기업(300인 이상)과 중소기업(300인 미만)으로 구분한 규모별 최저임금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지급능력, 경제 상황을 감안한 최저임금 결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축소된 일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4월20일 인천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대응방안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인천상공회의소

▲경영의욕 높여야…중대법 입법 보완 촉구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단 한 번의 사고에 대해서도 중대한 고의법에 준해 사업주의 징역 하한(1년 이상)을 부과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경영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특히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사업주의 준수 의무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컨대 유해·위험요인의 확인·개선에 대한 점검 후 '필요한' 조치(시행령 제4조제3호)나 '필요한' 예산(시행령 제4조제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등의 '충실한'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시행령 제4조제5호) 등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이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업주가 의무를 이행한다 하더라도 완벽한 사업장은 존재할 수 없는 반면, 실제 산재사고는 인과관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근로자 부주의 등의 경우에도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업주가 처벌될 소지가 있다.

중소기업계는 사업주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인 경우 면책규정을 신설,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유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업주 처벌이 아니라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도록 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리자는 뜻이다.

이와 함께 현행 사업주 처벌수위를 징역 하한에서 상한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처벌수준이 높고 특히 산재사고는 과실범임에도 중대한 고의범에 준해 처벌 하한을 부과하고 있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의 하한형(징역형)에서 7년 이하의 상한형 등으로 개정하고 상해 발생에 따른 형벌 수준(7년 이하→5년 이하)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밖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 개념을 일정 기간 내 반복사망 시로 변경하고, 중소기업 안전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인천지역 중소기업계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계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면서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재 각 제도의 단점을 보완해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커갈 수 있도록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인천일보·중소기업중앙회 인전지역본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