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호수 곁 동부 중앙아프리카에는 '검은발개미거미'가 산다. 분명 거미 부류인데 생김새와 하는 짓은 영락없이 개미다.
보통의 거미라면 머리가슴과 배 등 둘로 나뉘는 둥그스름한 몸통에 네 쌍의 다리로 걷는다. 검은발개미거미의 몸뚱이는 머리, 가슴, 배 등 세 쪽으로 개미처럼 길쭉하다. 세 쌍의 다리로 기고, 나머지 앞다리 한 쌍은 높이 쳐들어 더듬이 흉내를 낸다.
이 거미의 개미 시늉은 간악할 정도다. 그럴싸한 겉에 속이 텅 빈 마을 '포템킨 빌리지'로 위장한다. 개미 인양 공동체 생활을 하는 듯 보이기 위해서다.
이 거미는 왜 개미와 닮은 삶을 탑재해 속임수를 쓰는 걸까? 거미는 으레 개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언제라도 거미줄로 개미를 줄줄이 옭아맬 수 있다는 착각에서다. 이 가짜 개미는 진짜 거미의 방심을 파고든다. 거미줄 사이를 유유히 헤집으며 거미 알을 우적댄다.
6·1 지방선거에서 '검은발개미거미'를 솎아내자. 권력과 위계, 지위만을 탐하는 정치 기만자를 가려내자.
속임의 정치가에겐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에 집착하는 특징이 있다. 이 자들에게 음모나 조작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장식품일 뿐이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남이야 어찌 되던 관심 밖이다.
오만과 자아도취에 빠져 과장에 과장을 덧대고 온갖 것들을 둘러대 남을 현혹하려는 자들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이들은 흐르는 물처럼 유창한 말과 칼날 같은 입으로 남을 탓하거나 속인다.
공격적 충돌을 일삼는 자도 도려내야 할 대상이다. 도덕적으로 끔찍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양심의 가책은 흐릿하다. 권력은 쥐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이치조차 뻔뻔함으로 무시한다. 이들은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에서 다른 이를 농락하고 착취한다.
우리는 대개 그 사람이 실제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주목했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무능한 많은 이들을 자리에 앉혔다. 이번 만큼은 깨어있는 독한 유권자로 남자. 내 곤경을 읽지 못하거나 시치미 떼는 정치 선동가에게 표를 던지는 일은 그만 하자.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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