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선구자 80명 잠든곳
중랑은 휴게시설 등 잘 갖춰
구리는 무관심…관리 소극적
의자 태부족·화장실 조차도
해설사 “탐방 포기 많아 난감”
▲ 안승남(오른쪽) 구리시장이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방문해 김영식 작가로부터 구리시 쪽 묘역에 묻힌 독립운동가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발자취가 담긴 망우역사문화공원이 보존 관리를 잘하는 서울시 중랑구와는 달리 구리시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서울시 망우산과 용마산, 구리시 아차산 일대에 조성된 추모공원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이끌어 간 80여명의 선구자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공원에 묻힌 독립유공자 등 주요 인물 3분의 2가 구리시에 속해 있고 등록문화재 9명 중 6명이, 기미독립만세운동 33인 중 3인이 잠들어 있을 만큼 구리 망우공원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인문학의 보고로 불린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 종두법 지석영, 삼학병 김명근 의사, 조봉암 선생,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호암 문일평, 3.1독립만세운동 천도교 대표 오세창 등이 바로 그들이다.

묘원 주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서울 중랑구는 휴게시설과 가로등, 화장실은 물론 추모 시설까지 잘 갖춰놨지만, 상대적으로 구리시 쪽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중랑구는 이곳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2020년 7월 서울시로부터 망우리공원의 관리권을 이관받아 전담부서인 망우리공원과를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지상 2층 연면적 1247㎡(377평) 규모의 '중랑망우공간'을 개관해 전망대, 홍보·전시관, 교육실 등을 갖추고 역사문화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중랑망우공간 개관을 계기로 해설사와 함께 전시 관람, 묘역탐방까지 함께 진행하는 올인원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생과 청소년들의 역사체험장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라며 과감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 밖에도 중랑구는 77개 단체, 총 368명으로 이뤄진 봉사단이 공원 내 묘소를 일일이 관리하고, 인물의 발자취를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매년 3.1절 행사도 구청장이 직접 참가한 가운데 구리시와 중랑구 경계선에 만들어진 기념식장에서 진행한다.

반면 구리시는 중랑구에 비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잠들어 있음에도 묘역에 대한 관리나 홍보는 매우 소극적이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앉을 의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들을 위한 머물 곳도, 탐방시설도,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구리시의 한 해설사는 “구리시 쪽에서 올라오는 탐방객들은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어 중도에 탐방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난감해했다.

3·1절 기념행사는 중랑구 선점에 밀려 시청 대강당과 앞마당에서 간단하게 기념식과 부대 행사를 치르고 끝내는 것이 고작이다.

한철수 시인·구지옛생활연구소장은 “망우리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묻힐 건원릉 터를 얻고서 '근심(憂)을 잊었다(忘)'해서 만들어진 지명인데, 묘역을 둘러보면 구리시의 무관심에 근심이 더 깊어진다”고 꼬집었다.

/구리=글·사진 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