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마주하며 떠오른 생각
진료 끝난 밤마다 끄적여
그렇게 벌써 10번째 시집
“장차 시선집도 내고 싶어”
▲ 떠다니는 말, 노두식 지음, 천년의시작, 144쪽, 1만원
▲ 떠다니는 말, 노두식 지음, 천년의시작, 144쪽, 1만원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왜
너의 하얀 부분만 기억이 날까

나에게 네가
너의 전부가 아니었다면
너에게 나는 또
얼마만큼의 부분이었을까

아, 사랑하고 싶은 것만 사랑했던 사랑

사랑을 떠나보낸 후
내 게으른 눈
이제야 온전한 너를 보겠네

(떠다니는 말 中 '파꽃')

1945년 해방이 되던 그해 인천 지금의 미추홀구 숭의동에 한의원 하나가 세워졌다. 명의였던 이곳 한의사는 작고했고 그의 아들이 한의사가 돼 같은 자리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노두식 한의사는 진료가 끝난 밤 의원에 홀로 앉아 시를 쓴다.

이번 <떠다니는 말>은 그의 10번째 시집이다.

“국민학교 때 전국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어요. 글쓰기 소질은 있었는데 그 중 시가 저를 사로잡았죠. 신포동에 아지트를 만들고 문학인들과 시를 읽고 쓰고 그랬어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한의사를 하며 '슬픔'이라는 정서에 집중했다.

“평생 아픈 사람을 상대하고 아픔을 마주하는 일을 했죠. 결국은 우울과 슬픔을 극복하는 건 나만의 깊은 사색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약과 침이 아닌 서로의 사색이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도 있죠.”

<떠다니는 말>은 고독한 존재가 어떻게 벽을 허물고 타자와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볼지를 날 것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장차 시선집을 내고 조금 더 상징적인 나만의 시를 쓰고 싶어요. 77년 된 이 영제한의원에서 오래도록 말이죠.”

시인은 1991년 문학세계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크레파스로 그린 사랑>, <바리때의 노래>, <우리의 빈 가지 위에>, <꿈의 잠>, <마침내 그 노래>, <분홍 문신>, <기억이 선택한 시간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 <가는 것은 낮은 자세로> 등이 있다.

▲ 10번째 시집 '떠다니는 말'을 출간한 노두식 시인이 미소짓고 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