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빛의 전령사 “조명은 조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교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 접해
서울서 한 공연 '조명 시스템' 감탄
미술대학서 공부·아르바이트 시작

10년 외길…3년 전 아트센터와 인연
비대면 공연 계기 카메라 원리 공부
“최고의 무대 선보일 때 큰 보람”

 

▲ 김보미 경기아트센터 조명감독.

혼신의 연기, 심금을 울리는 연주. 그리고 조명. 무대 위 연기·연주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빛의 전령사.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어느 무대든지 무대를 가장 무대답게 만든다.

3년 전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과 인연을 맺게 된 김보미(사진) 조명감독은 10년째 무대를 빛으로 채워오고 있다. 국내 몇 안 되는 여성 조명감독이기도 했다. 그는 무대의 시작과 끝, 극의 서사를 이끄는 무대 '뒤' 주인공은 조명이라 자부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조명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보게 될지를 결정하죠. 또 각 장르에 따라 공연의 분위기를 이끄는 것 또한 조명감독의 역할입니다.”

김 감독은 조명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조화'에 두고 있다. 다른 파트와의 조화가 이뤄졌을 때 최고의 공연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은 조화가 가장 중요해요. 무대에는 여러 파트가 있는 무대, 기계, 음향 등 공연을 위해 맡은 각자의 역할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한 파트가 조명입니다. 결국 내 파트의 역할 뿐 아니라 다른 파트와의 조화가 이뤄졌을 때 최고의 공연이 만들어집니다.”

올해로 10년째 조명 한 길 만을 걸어온 김 감독은 조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호기심 많은 성격과 남다른 열정은 그를 조명감독의 길로 이끌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했었죠. 처음으로 서울에 와서 공연하게 됐는데, 그때 접한 조명 시스템에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이때부터 조명에 관심을 갖고 미술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조명을 공부하게 됐죠. 이후 조명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마음에 청계천 근처에서 조명들을 사서 작업을 해 보기도 하고 놀이공원 퍼레이드카에 LED 조명으로 장식하는 아르바이트도 했었죠. 이런 과정들은 제가 조명감독이 되기까지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 감독에게 무대는 매 순간이 새롭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맞닥뜨리면서 180도 바뀌어버린 공연 환경 속에서도 당황하긴커녕 배움을 얻었다고 말하는 그였다.

“코로나로 비대면 공연이 늘어났는데 실제 무대와 비대면 공연의 환경은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 실제 무대에 맞춰서 조명을 준비했는데 전혀 다른 장르가 돼 버렸죠. 이를 계기로 카메라의 원리를 공부하고, 조명설계를 바꾸며 새로운 공연 방식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눈이 아닌 카메라의 시선으로도 무대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나름대로 영역을 넓혀갈 기회가 됐기 때문에 더 많은 매체를 활용한 공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김보미 감독은 경기아트센터 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단의 민족'의 준비가 한창이다. 코로나의 확산세가 줄어드는 만큼 많은 관객이 무대를 찾아주길 고대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공연에만 존재하는 감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좋은 기운을 많은 분이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작품의 조명에도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 뜻깊을 것 같네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