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원 경기본사 사회부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뽑는 선거에 출마한 정당별 예비후보 가운데 후보 한 명을 뽑는 과정에서 소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선결과에 승복하는 예비후보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내세운 후보 선정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말은 다르다. 선거에 있어 공정성은 민주주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거대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잡음은 그 근간이 흔들렸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우려스럽다.

경기지역별로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반발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여기에 정세판단이란 이유로 행해지는 중앙당의 전략공천이다.

각 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관리해 결정했다고 말하지만 중앙당에서 그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각 정당이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뜻인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앙당의 전략공천도 문제다. 전략공천 자체가 지역 여론과 무관하게 중앙당에서 전략 지역과 후보를 정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공정성 훼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지사 선거가 대선 2라운드라는 말이 나온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 대선 후보의 입김을 기대서 후보로 나서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산시의 경우도 그렇다. 돌연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시장선거 경선룰(시민공천 배심원제 도입)이 바뀌었다. 광역·기초의원 후보를 정하면서도 지역위원장 입맛에 따라 정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때문에 각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평택과 하남시 시장선거 예비후보의 경우 전략공천설이 돌면서 시끄럽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지방분권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 자화상이 부끄러울 뿐이다.

시계를 되돌려보면 한국 현대사에 있어 지방자치는 중앙정치 이해관계에 따라 멈춤과 후퇴의 연속이었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1948년 7월 제헌 헌법에 지방자치를 규정한 뒤 1949년 7월 4일 지방자치법이 공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는 전쟁 와중인 1952년 4월과 5월 선거가 가능한 지역에서 지방선거를 했다. 이승만 정권은 1958년 장기집권을 위해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시·읍·면장 직선제를 임명제로 변경됐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지방의회를 해산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제정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 조치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임명제로 전환됐다. 이런 상황은 1980년 군사정권이 집권한 제5공화국에서도 유지됐다.

여야 타협 끝에 1990년 12월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지방의원 선거는 1991년 6월30일 이내 지방자치단체장선거는 1992년 6월30일 이내 실시하도록 정했다. 5·16 군사 쿠데타로 지방자치가 중단된 지 30년 만인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기초의원선거는 1991년 3월26일, 광역의원은 같은 해 6월20일 열렸다.

1995년 6월27일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이처럼 지방자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행과 멈춤, 후퇴를 반복해왔다.

3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자치가 얼마나 앞으로 나아간 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각 정당은 상향식 공천으로 지방자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도 전략공천을 명목으로 하향식 공천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은 자기 입맛에 따라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근간인 선거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만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당공천은 책임 정치 구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으면서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정치에 지방분권의 근거인 선거가 오염된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공천 잡음은 4년 후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진지하게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기원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