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실직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공공근로사업장에 뛰어든 김모씨(32).

 김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부인과 아이들 몰래 본드를 흡입했다. 실직의 고통과 앞으로의 살 길이 막막해 학생때 경험했던 본드 흡입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본드흡입에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끊으려고 애를 썼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실을 찾았다.

 그는 『실직의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 다시 본드에 손을 댔고 뒤늦게 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헤어날 수 없었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2월 1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에서 실직한 박모씨(37)는 고통스런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필로폰을 한번 투약했다가 「마약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영어의 몸이 됐다.

 필로폰 투약이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다 경찰에 적발돼 지난해 말 구속됐다.

 경제난으로 실직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필로폰, 본드 등 약물남용에 빠져드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실직자들은 한번 약물에 손을 대면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국에 이르러 또다른 사회문제가 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인천지부가 지난해 전화 및 면접으로 상담한 사례 241건을 분석한 결과 실직ㆍ무직자가 전체의 42%를 차지, 가장 많았다.

 특히 실직ㆍ무직자들은 실직의 고통을 잊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며 일이 없는 상태에서 약물에 몰입, 대부분 가정파탄으로 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는 학생(18.7%), 직장인(15.5%) 순으로 많았는데 직장인의 경우도 실직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약물을 복용한다는 사례가 많아 취업난이 마약류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1.5%로 가장 많았고, 19세 미만(24.5%), 30대(24.4%) 40대(7.0%)로 순으로 20대의 비중이 전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인천지부 이영애 상담실장은 『경제위기 이후 실직ㆍ무직자와 직장인들의 약물복용 사례가 크게 느는 추세』라며 『마약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실직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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