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뿌리는 식물의 밑동으로서 보통 땅 속에 박혀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고 줄기를 지탱하는 작용을 한다. 고어(古語)론 불휘라고 한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글귀는 조선 세종때 지은 '용비어천가' 중 한 구절이다. 이처럼 뿌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이루는 근본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한 나라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에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국민들이 먹고사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성장”이 꼽힌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경제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도 경제를 회복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새 정부에서 수행할 우선 정책과제'에서 경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은 윤 정부의 최우선 국정 목표로 '경제성장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결국 문제는 경제다. 인천시도 이를 감안한 정책 개발에 전념한다. 이 가운데엔 지역의 '뿌리산업'을 한층 더 발전시키려는 계획이 두드러진다.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튼튼한 기초가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선 제조업 분야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다른 부문의 기초인 뿌리산업 중요성이 재조명된다. 시는 지난 7일 지역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뿌리산업 도약, 더 좋은 내일'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성장 정체 뿌리기업엔 신제품 개발·시제품 제작·디자인 개발·홍보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성장 뿌리기업엔 채용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기업 발전에 따른 단계별 지원을 다양화한다. 아울러 스마트 로봇 용접, 스마트 팩토리 설계·가공, 공장 자동화 운영관리, 특수 용접, 기계 설계·가공, 표면처리 기능장 실기 교육 등 6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뿌리산업 첨단·자동화와 우수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금형 등 제조업 기반 공정기술과, 사출·프레스·정밀가공·로봇·센서 등 제조업의 미래 성장 발전에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업종을 말한다. 제조업은 인천의 중심 산업, 그 중에서도 뿌리산업은 인천 경제를 든든히 받쳐주는 기반이다. 지역 산업단지 내 1만7000여개 업체 중 3400여개가 뿌리산업에 해당한다. 기업 제조 과정에서 해당 공정을 포함하는 곳까지 치면 뿌리산업 비중은 더욱 커진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천시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인천 제조업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양질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그렇게 해서 높은 취업 문턱에 고민하는 청년세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