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표구업 한길…전국 각지서 주문
그림 거래 성사도…작가 교류 허브 꿈꿔
▲ 이상수 '뜨락갤러리 아트팜' 대표.

인천 연수구 동춘동 '뜨락갤러리 아트팜'이라는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쨍하게 화사하면서도 300평이나 되는 널찍한 공간이 반전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대형 갤러리라고 생각될 뿐이다. 원래 실내골프장이던 이곳을 3년 전부터 인천지역 최대 규모 표구사로 만든 이는 이상수(사진) 대표다.

서울 의존도가 높고 영세하며 배우려고 하는 청년도 없어 인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표구업의 명맥을 잇는 거의 유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질 좋은 소재로 낮은 단가에 제공하는 노하우도 갖추고 있어 오히려 서울에서 인천으로 표구하러 올 정도로 역전됐다.

 

▲작품 딱 보면 어울릴 틀 떠올라

그는 원래 인테리어 관련 일을 오래 했었다. 우연히 미술 작품에 액자를 만들었다가 매력을 느끼고 표구업으로 전향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옥련동과 구월동 등에서 표구사를 하다가 단층 면적으로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현재 아트팜은 인천에서 가장 크고 입지를 다진 표구사일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알아준다. 작업량의 절반 이상이 서울 주문이고 거제도 등 전국 각지에서 이 대표를 찾는다.

“작가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에 옷을 입히고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표구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정성을 들여 일일이 수작업합니다.”

그가 쓰는 나무는 10개 종류가 넘는다. 포도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편백, 참나무 등을 작품 성격에 맞게 선별해 테두리로 완성해 주는 것이다.

모든 공정을 이 대표가 직접 가공해 인건비를 낮춘 것이 고급 원목을 사용하면서도 단가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이제는 저를 믿고 맡겨주는 분들이 많아요. 작품을 보고 5∼10초 사이에 어떤 옷을 입힐지 영감을 얻기도 하죠. 표구해간 인천대 학생이 전국대회에서 수상했다며 음료수를 가져온 적도 있어요.”

 

▲인천에 드문 화랑 역할도

그의 능력은 표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고 작가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거나 직접 판매하는 수완도 갖췄다.

“10년 전 무명작가의 그림을 뭣도 모르고 맡았다가 2점 모두 3000만원에 거래를 성사시켰어요. 이 일을 계기로 그림 수집과 판매에 관심을 갖게 됐죠.”

북한 작가의 작품도 여럿 소장하고 있는 그는 아트팜을 작가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허브로 확대하고 싶다. 작품 전시하는 갤러리로 단장할 계획도 한다.

“인천에서 활성화되지 못하는 화랑 기능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선과 역량을 다해 지역 문화예술계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