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경 탐사보도부장(부국장).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무수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고, 예비후보들의 도전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인천·경기 지역은 물론 전국이 천지개벽할 것만 같다.

예비후보들이 각종 장밋빛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데다 여태껏 해결이 어려웠던 각종 민원에도 '검토' 혹은 '추진'이라는 단어가 여야를 불문하고 남발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은 모처럼 주인공이 됐다. '인사를 올린다'는 예비후보자들의 문자와 홍보전화로 휴대폰에 불이 날 정도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언제 받았었나 싶다.

어찌 보면 지방선거 당선자 임기 4년 가운데 선거를 한 달 앞둔 요즘 정도가 돼야 오롯이 유권자인 시민들의 시간이 된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어떤 민원을 제기해도 금세 이뤄질 것만 같고 앞으로의 4년은 번영과 축복만 가득할 것 같은 분위기다. 자세를 낮추며 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다짐도 한결같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윤심' '이심'이라는 단어도 만만치 않게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마음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마음을 주장하며 공천전략을 짜면서다. 유권자를 향한 읍소 전략과 참 대비되는 부분이다.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가장 먼저가 아닐까.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마음은 아직 유권자보다 특정인들에게 먼저 닿아 있는 것 같다. 선거에서는 어느 것도 '민심'을 앞서지 못한다.

민심을 잘 아는 이가 공천을 받고 시민들의 낙점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 3년 차를 맞은 2022년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분위기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올해 내내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0.25%p 인상했다. 여기에 외식물가도 지난해 4월 대비 6.6% 올랐다. 품목별로는 갈비탕 11.7%, 햄버거 10.4%, 짜장면 9.1%, 치킨 8.3%, 떡볶이 8.0% 등이다. 갚아야 할 은행 빚이 많이 늘어나고, 생활비 역시 부담이 커지면서 사실상 가계 수입은 감소로 봐야 할 판이다.

아울러 지난해 전국 합계 출산율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인구 소멸 즉 국가 소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전국적으로 같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각 지역이 활발하게 되살아날 때 시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국가 경쟁력 향상까지 꾀할 수 있다. 위기의식이 팽배한 시민들의 관심은 '이심이냐 윤심이냐'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어줄 이가 필요할 뿐이다. 누구의 정신 계승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제는 버려야 할 구태다.

우리의 정치는 발전해야 한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정신을 계승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지금까지 반목과 갈등만 남은 정치라면 이제는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국민의 이름이 아닌 '윤심''이심'이라는 이름을 걸고 추진하는 개혁은 복종일 뿐 개혁이 아니다.

공직사회나 기업 줄 대기에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치권의 라인 타기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는 여야를 떠나 현실성 있는 공약 마련과 시민 삶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실행 추진력 등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 매번 실현됐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집값은 예전에 안정됐을 것이고 신도심과 원도심 간 생활 격차도 사라졌을 것이며 어느 집에서건 자녀 2∼3명은 너끈히 낳아서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은 고공행진이며 신도심과 원도심 간 격차는 건강으로도 벌어졌으며 아이 한명도 낳기 힘든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마치 팬클럽에 호소하는 듯한 '이심' '윤심'의 세상이 아닌 '민심'의 눈으로 이번 선거가 치러지기를 바라본다.

/이은경 탐사보도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