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훈도 논설위원.

4월 셋째 주는 '~의 날'의 연속이다. 20일 장애인의 날, 21일 과학의 날, 22일 정보통신의 날 그리고 지구의 날. 얼핏 각기 상관없어 보이지만, 근대의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장애인의 날은 1970년대부터 민간단체가 주도하던 4월20일 '재활의 날'을 정부가 '장애인의 날'로 정하면서 공식 기념일이 되었다. UN은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포하고 각국이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보장하도록 촉구했고, 우리 정부도 호응했다. 근대 인권의 진일보다.

흥미롭게도, UN은 1992년부터 12월3일을 '세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각국이 자기 나라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 인권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자 했다. 우리나라는 1년에 두 번, 4월20일과 12월3일이 장애인의 날인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 먼 국가다. 이를 요구하면 '비문명'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과학의 날이 4월21일인 까닭은 1967년 과학기술처가 중앙 행정기관이 된 날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제강점기 '과학데이'는 4월19일이었다. 민족운동가이자 공학자였던 김용관 선생이 1934년 4월19일 첫 '과학데이' 행사를 열었다.

과학대중화운동과 발명진흥운동을 펼치던 선생은 찰스 다윈의 기일인 4월19일을 '과학데이'로 정했다. 기반이 변변찮던 시절에 과학 발전을 통해 자강과 독립을 꿈꾸었던 '과학데이' 쪽에 더 마음이 끌린다.

정보통신의 날 역사는 조금 복잡하다. 1956년 우정총국이 개설된 날(1884년 12월4)이 '체신의 날'로 지정됐다. 개화파의 정변과는 별개로 체신 제도는 경이로운 근대의 발명이다. 겉봉에 주소를 써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서간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 새 세상을 실감하게 하기에 딱 좋았다. 1967년에는 5월31일을 집배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집배원의 날'로 별도로 지정했다.

1972년 '체신의 날'은 고종이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4월22일로 변경되었고, 1973년 '집배원의 날'도 '체신의 날'과 통합시켰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1996년에는 '체신의 날'이 '정보통신의 날'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기도 하다. 1969년 캘리포니아 초대형 기름 유출 사고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970년 열린 행사에서 비롯됐다. 근대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할수록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지구를 살리자는 절박함이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매년 4월 22~28일 일주일간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해 지구에 닥친 위기를 환기시킨다.

누구에게는 가는 봄날, 누구에게는 지방선거로 눈코 뜰 새 없는 사흘일 뿐이겠으나….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