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국내에서 봄철 황사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다가온다. 예전부터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우토(雨土)라고 불린다. 주로 몽골과 중국에서 흙먼지가 우리나라로 날아들면서 일어난다. 몽골의 고비와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 등지에서 발원한 황사는 이웃국가에 큰 피해를 준다. 우선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겐 치명적이다. 이밖에 건물과 농작물 등 우리 생활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황사는 저기압이 강한 봄철에 자주 발생한다. 토사가 저기압에 의해 지상으로부터 4∼5㎞ 상공까지 올라간 후 강한 고층 기류로 인해 먼 지역까지 확산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편서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옮겨져 우리나라에선 3월부터 5월까지 자주 관측된다. 황사 발원지는 몽골과 중국 경계에 걸친 드넓은 건조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중국 산업 발전 이면에 도사린 광범위한 사막화가 향후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황사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황사가 가져오는 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국내만 해도 한해 150만여명이 황사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개개인의 노력보다는 정부와 기업 등에서 황사에 대한 행동을 민첩하게 보여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해 황사 피해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중국·일본·몽고 등과 함께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황사공동연구단을 발족하는 등 힘을 쏟음에도 아직 피부에 와 닿는 성과는 없는 듯싶다.

인천시가 이런 몽골발 황사 피해를 막기 위해 몽골 현지에서 추진한 '인천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이 대표적 개발원조 지자체 우수사례로 인정을 받아 주목된다.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에서 주최하는 제2차 지방자치단체 공적개발원조 통합협의회에서 최근 선정됐다. '인천 희망의 숲'은 몽골에 나무 25만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하려고 마련됐다. 시는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8년 시민모금활동으로 시작된 몽골 나무심기에 함께 참여했다. 이어 2017년까지 바양노르솜과 다신칠링솜 104ha 면적에 11만2000그루를 심었고, 이후 이 사업은 민·관협력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시 주도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2단계 사업으로 2018∼2027년 10년에 걸쳐 몽골 성긴하이르한 일원 100ha 부지에 14만4000그루를 심는 조림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OECD 회원국 중 8위에 해당된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 '가해국'이란 얘기이다. 그런가 하면 몽골발 황사와 중국발 미세먼지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피해국'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탄소 흡수원(源)인 숲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