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꿔야 하는 무대…장막과 함께 제 마음도 오르내려요”

무대감독 큐 사인 따라
장막·매단 세트물 제어
무엇보다 '안전' 최우선

10년차인데도 열정 여전
최근 무대기계 1급 취득
▲ 서동권 무대기술팀 기계감독이 콘트롤 룸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무대의 시작과 끝엔 언제나 '막'이 등장한다. 기승전결에 따라 오르내리는 막은 어느새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들인다. 화려한 무대 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공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사람들. 이들을 '공연장의 파일럿'이라 부른단다.

서동권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 기계감독은 올해로 10년째, 아트센터의 대극장 무대를 책임져 오고 있다. 최근 무대기계 1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대기계를 다루는 일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모든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무대기계의 주요업무는 장면 전환을 하기 위한 조정 장치를 다루는 일이다. 장막을 오르내리게 하거나 무대 효과를 위한 세트 전환도 모두 무대기계 감독의 일이다.

“막이나 세트물을 매달아서 제어하는 과정을 통해 공연 장면을 연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감독의 '큐' 사인에 따라 다양한 장치를 조정하면서 장면 전환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요.”

서 감독은 베테랑 기계감독답게 장막을 다루는 감각이 탁월했다. 유년시절,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 수상을 한 이력이 있을 만큼 연주자로서도 촉망받던 그는 지난날의 경험들이 기계감독을 하는데 큰 보탬이 됐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 구성원들이 악기를 다뤄왔죠. 그때부터 길러진 음악적 감각은 지금의 무대기계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학이나 과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공계로 진학하게 됐고 대학에 와서도 기계공학을 전공하게 됐죠. 기계공학도로는 드물게 무대기계 분야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서 감독이 처음부터 무대기계 일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발전소를 건립하는 일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이 그림자처럼 그를 쫓아다녔고 결국 꿈을 택하기로 했던 서 감독은 2012년, 무대 엔지니어의 길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직장인이던 예전이나 엔지니어가 된 지금이나 그가 강조해온 신념은 오로지 '안전'이다. 여전히 그는 공연을 앞두고 점검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공연에서 최우선 순위는 관객들의 안전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합니다. 기계를 다루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고요. 장비들의 추락요소나 위험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점검을 해 나가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 감독은 아트센터와 함께해 온 시간만큼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를 향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아트센터 내 공연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극장이라고 자부합니다. 추락방지시스템이 도입된 공연장인 만큼 보다 안전한 관람이 가능합니다. 또 타임제어를 변칙적으로 할 수 있어 관객들에게 보다 생동감 있는 무대를 선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리 아트센터 공연장이 내세우는 강점이기도 하죠.”

최근 서 감독은 무용단과 경기필의 콜라보 무대, '순수-더 클래식'과 뮤지컬 '잭더리퍼'의 공연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이 보내주는 박수 소리를 들을 때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다시 한 번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고 있죠. 저희는 공연이 끝나고 감동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무대 철거 작업에 나섭니다. 관객들의 다음 박수 소리를 기대하면서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