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한국 프로야구의 첫 개막일은 1982년 3월27일이다. 올해로 출범 40년을 맞는 셈이다. 그 때는 전두환 독재 정권의 3S(스크린·섹스·스포츠) 정책 중 하나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엔 날로 성장해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린 상태다. 이런 프로야구에 힘입어 프로축구·프로농구·프로배구 등이 뒤를 이어 맹활약 중이다.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강한 여가선용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프로야구. 그동안 숱한 선수와 관중이 구장에서 울고 웃었다. 지금은 구단도 부쩍 늘어나 야구팬을 즐겁게 하지만, 출범 당시만 해도 6개 구단으로 출발했다. 지역 연고제를 기반으로 한 삼미슈퍼스타즈(인천·경기·강원), MBC청룡(서울), OB베어스(대전·충청), 해태타이거즈(호남), 삼성라이온즈(대구·경북), 롯데자이언츠(부산·경남)뿐이었다.

인천의 프로야구는 '삼미슈퍼스타즈'에서 비롯됐다. 모기업인 삼미그룹은 프로야구 홍보효과를 누릴 만한 소비재 분야 계열사를 두지 않았지만, 스포츠 광팬이었던 회장의 결단으로 창단을 했다고 한다. 아무튼 개막을 맞아 도원야구장에서 삼미슈퍼스타즈를 열띠게 응원하던 기억이 새롭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처음부터 '약체'로 유명했다. 만년 꼴찌에 머문 삼미가 내놓은 각종 기록은 요즘도 회자될 정도다. 원년 통합성적 15승65패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1할 승률대(0.188)에 그쳤다. 1985년 구단을 인수해 창단한 '청보핀토스'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진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어 탄생한 '태평양돌핀스'도 한 차례 플레이오프(1989년)와 한국시리즈 진출(1994년)이란 전적을 남긴 채 구단을 현대그룹에 넘기고 사라졌다.

이 때부터 인천 프로야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현대유니콘스'는 창단 첫해인 199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1998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 프로야구의 암흑기를 청산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 서울을 연고로 떠나면서 그 바람은 좌절됐다. 그 후 2000년 쌍방울레이더스 선수단을 주축으로 창단한 'SK와이번스'가 인천 야구팬의 또다른 자부심으로 떠올랐다. 짧은 기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등 '명문'으로 도약했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부터 인천 프로야구의 역사는 SK와이번스를 넘겨받은 신세계그룹 이마트(SSG)로 이어가게 됐다.

한국 프로야구는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이루며 국내 제일의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 40년사는 단지 야구만의 역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독재정권·민주화·외환위기 등의 파고를 넘고, 소득과 여가시간 증대로 인한 희로애락을 함께 겪었다. 아무쪼록 지난 2일 새 시즌을 시작한 프로야구가 무탈하게 팬과 더불어 더 발전하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