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논설실장

인천에서 백화점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처음 들어섰다. 당시 인천의 중심지였던 중구 일대에 뉴욕백화점과 신화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현대적 개념의 백화점은 남동구 간석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생겨난 희망백화점, 현재 올리브아울렛이다. 희망백화점은 1980년대 초반 미도파 쇼핑센터로 문을 연 뒤 1984년 말 희망쇼핑센터로 발전한 당시 인천의 유일한 토종백화점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가 넘어선 1989년 중구 인현동에 민자역사 형태의 인천백화점이 들어서며 서민형 백화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1992년 부평 현대백화점, 1995년 구월동 하이웨이백화점, 1997년 인천터미널과 연결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차례로 생겨나면서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걸맞는 쇼핑의 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1997년 IMF 국제금융위기로 토종 백화점들은 몰락했고, 현대백화점은 롯데로 넘어가면서 인천은 관교동 신세계백화점과 구월동 및 부평 롯데백화점 양자 구도를 형성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시와 1997년 20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인천종합터미널 인천점을 운영해 왔지만 2012년 롯데쇼핑이 인천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 인천시대의 막을 내린다.

롯데백화점은 도보로 채 5분이 안되는 구월동과 관교동 모두에 백화점을 둘 수가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백화점 점유율이 50%를 넘었다며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롯데쇼핑은 2017년부터 수십여 차례 매각시도에 나서 겨우 매각에 성공했다.

인천의 백화점 역사를 써내려 간 구월동 롯데백화점이 초고층 주상복합 논란에 휩싸였다.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도를 통한 건물용도를 주상복합으로 바꾸는 일이다. 인천경찰청은 옛 롯데백화점 도시계획 변경에 대해 교통정체·항공안전·시설보안 이유로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6·1 지방선거에도 시급한 시정의 일은 하루라도 미루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설득력 있고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둘러서는 안된다. 십수년째 지역사회에서 논의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도 포함됐던 인천 연안여객선 공영화를 위한 조례조차도 여론수렴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의회 조례심의에서 보류됐다.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도는 장기간 방치·미개발돼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시민들에게 생활불편을 주는 유휴 토지나 경기침체 등 여건변화로 복합개발이 필요한 건물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개발할 수 있도록 건물 용도를 바꾸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서야 인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제도다.

/김칭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