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의 영역뿐 아니라 일상의 영역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시적 순간을 체험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우리는 합일의 실패가 은폐되었다기보다는 아예 전제된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랑의 순간을 담은 '나는 너다'는 이 세상에 다른 시간을 데려오는 일과 같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세상은 시가 필요하다고.
2006년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미래의 서정에게> 등을 통해 서정시의 전통과 미래를 관통하는 평론을 써온 김종훈 고려대 교수가 그간 서정시의 궁극을 탐색해온 결실들을 묶어냈다. <시적인 것의 귀환: 초월과 존중과 희생의 시학>은 한국 현대 시의 전반적인 지형과 계보를 토대로 이 시대 비평가들이 맞닥뜨린 위기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임무 그리고 용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평론가의 시선은 삶과 죽음, 말과 말 너머의 세계를 넘나든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최초의 전율을 기억하고 그 경험을 잊지 않는 것이다. 김종훈의 글들은 이렇듯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자 사투로도 읽히는데, 희생과 존중을 말하며 끝내는 초월에까지 가 닿는 문장들은 강직하며 따스하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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