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는 근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 필요

혼자서 영화를 보는 취미가 있다. 10년쯤 된 것 같다. 일을 마친 평일, 주로 늦은 밤에 영화를 보러 갔다. 한적해서 좋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었다. 예전엔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것도 중년의 남성 혼자서 관람하는 경우는 더욱 흔치 않았다. 종종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곤 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혼밥, 혼술 등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게 더는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2020년에는 '혼○'의 종류가 무려 65개로 늘어났다. 불과 10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은 1인 사회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었다.

최근 그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가 아예 생소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 이미 이전부터 작은 조짐들은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인 저자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미리 온 미래였음을 알아챈다. 그는 저서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에서 지난 20년간 축적한 빅데이터로 사람들의 달라진 일상과 생각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리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곧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가 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미래사회의 주목해야 할 변화상을 화두로 던진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은 코로나로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또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모두 세 가지이다. 바로 '변화의 상수'라 할 수 있다. 첫째, 사회는 더 작은 집단으로 분화한다. 둘째,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젊게 산다. 셋째, 비대면의 삶의 방식이 더욱 확산한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우리가 겪는 변화는 지금보다 더 빠를 것이다. 미래의 변화를 염두에 둔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방향이 우선이다.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변화의 상수는 우리에게 찾아온 '당겨진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생각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변화는 가치 중립적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미리 준비하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된다. 사람은 미래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는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성적 사고, 자신의 업에 대한 진정성, 성숙한 공존이다. 기술의 혁신은 빨라지고 사람들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조직의 재사회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가 아닌 현재에, 더 나아가 미래에 있으려면 과거의 기준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현재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이해하고 따르는 삶을 순리라고 부른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공감을 얻지 못하고 너무 늦게 움직이면 꼰대가 된다. 저자는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의 제목처럼 '그냥 하지 말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향이 맞는다면 속도와는 상관없이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그 변화의 여정에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이성희 인천시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원연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