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화 때문에 대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타인과 만드는 다양한 거리와 공간에 반응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간다. 에드워드 홀이 헤이니 헤디거의 동물 집단행동연구를 인간 활동영역과 비교한 결과, 인간은 상황에 따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 이상의 시간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보냈다. 거리두기는 틈새라는 공간을 만들고 지속적인 격리로 '소통, 통합, 교류, 전달, 함께'와 같은 관계의 의미를 약화해 단절감, 우울감, 자괴감, 상실감, 소외감 등의 감정을 동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존권적 공간보다는 개인의 심리적 소유공간이 필요하다.

수잔 헤이워드(Susan Hayward)는 의도적 거리두기를 장치한 예술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비판적 사고에 의해 주체성을 가진다고 하였다. 아도르노(Adorno)는 관람행위로 형성되는 상상의 공간에서 적극적인 사유에 의한 예술적 가치를 찾는 것이 예술영화라 하였다. 이효원은 관객의 사유를 위한 '틈'을 만들어 관객이 직접 비판적 요소나 주체적 사고로 '틈'이라는 공간을 채우도록 하는 것이 예술영화라고 하였다.

예술영화 속의 의도적인 공간은 무궁무진하게 개인화가 이루어지는 상태가 된다. 그 공간이 지식, 사고, 사유, 정의, 개념 등으로 채워질 때 인문학적 사고가 형성되면서 개인의 발전과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영화 장면을 두고 사고하는 과정은 공간 활동이며 자신만이 소유하는 특별한 사적 공간일 뿐 아니라 타인의 주장으로 상처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 된다.

특별히 장면과 장면의 공간을 채우는 요소는 타인과의 신체적·정신적 연결에 따른 다양한 감정과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기회가 된다. 거기서 타인의 의견,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 생각과 주장이 다른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사적 영역은 보호받고 공적 영역은 확대되어 사회화를 진행시키게 된다. 이때 개인의 인식을 응원해주고, 사고의 어려움을 보완해 주는 예술영화의 특징으로 시네마 토크,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이러한 인문학적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공간에 타인의 사유를 보태면서 공간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 속의 창조적인 활동은 영화 관람 중이거나 영화 관람이 끝난 후에도 지속되며,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뿐 아니라 극장 밖 사회화과정을 통해 집단의 지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즉 감독, 영화, 관객에 의해 의도된 공간 속 사유의 담론이 극장 밖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많은 대중에게 상상력을 제공하는 선순환과정이 된다

보통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관계와 관계의 틈새는 경계, 거부, 단절, 혐오, 불신, 의심이라는 부정적 요소로 채워지기 쉽다. 하지만 영화 속 장면과 장면 사이의 거리는 무한대의 간격을 두게 된다. 그 틈새는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등 습득하거나 경험한 지식으로 채울 수 있어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가능성의 공간이다.

예술영화의 의도적 거리두기를 경험한 관객은 사고 과정에서 자기 안에 잠자고 있던 개별성을 찾아 성장시키고 자아 정체성 변화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된 마음의 공간을 예술영화에 의한 창조적 사고로 채워가면서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찬란한 새봄을 맞이해야겠다.

 

/심현빈 영화공간주안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