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디아스포라(Diaspora)'의 도시다. 디아스포라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너머'의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의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 '흩어진 사람들(離散)'을 의미한다. 본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뜻이 확장돼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풍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이나 거주지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였다. 결국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나 사람을 말한다.

인천은 그런 디아스포라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식 이민을 시작한 곳이어서다. 120년 전인 1902년 12월22일 121명의 조선인이 제물포항을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항을 거쳐 하와이 호눌로루를 향했다. 제물포를 떠난 이들은 대부분 인천인(87명)이었다. 처음엔 121명이었으나, 나가사키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19명이 탈락해 102명만 미국 태평양 횡단 기선 갤릭호(S.S Gaelic)를 탔다.

이렇게 첫발을 디딘 한인의 하와이 이주는 1905년 4월 말까지 순풍에 돛단듯 이어졌다. 모두 65척의 배에 7843명(남자 6701명, 여자 677명, 미성년자 465명)이 갔다고 전해진다. 하와이에 도착한 이들은 아주 적은 임금을 받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등 열악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인천에선 이런 역사를 기리고 보존해 후세에 알리기 위해 2008년 한국이민사박물관 문을 열었다. 중구 월미산 남쪽 자락에 자리를 잡은 이민사박물관은 제1전시실~제4전시실을 갖추고 길고 험난했던 이민자들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낯선 땅에서 정착하고 환경을 극복하는 내용을 알려준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과 중앙아시아·중남미·유럽··호주·뉴질랜드·캐나다·중동 지역 등으로 퍼져나간 우리나라 이민사를 안내한다. 지금은 전 세계 175개국에 70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금년은 하와이 이민 1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래서 인천에선 이를 기념한 사업을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한인회장이 참석하는 세계한인의날(10월5일) 기념 행사를 인천에서 열고, '사진으로 보는 디아스포라 120년' 주제의 전시회, 관련 학술도서 발간과 다큐멘터리 등도 기획해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은 해불양수(海不讓水)를 내세운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에 이르지 않는가. 인천은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며, 하나를 이루고자 힘을 쏟는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오가는 이들을 따스하게 맞는 도시다. 이젠 디아스포라를 품고 세계인을 아우르는 곳으로 거듭나 국위 선양에 앞장서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