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음악역1939는 가평읍 대곡리에 있다. 경춘선 가평역이 달전리로 옮겨간 후 옛 역사를 고쳐 들어섰다. 음악역이란 말 그대로 음악(인)들의 스테이션이라는 뜻이다. 뒤 숫자는 가평역이 처음 생겨난 해, 그러니까 경춘선 개통연도다. 역 신설 70주년이던 2019년에 음악인들의 창작 산실이 되어 음악 공연이 끝이지 않게 하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 아래, 경기도 주최 공모에서 받은 상금 100억원으로 탄생했다.

분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수도권 시민에게 가장 낭만적인 철도는 경원선 그것도 금강산행이 꼽혔을 가능성이 높지만, 역사에는 가정이 없으므로, 그 자리는 경춘선의 몫이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엄혹한 시기에 달리기 시작한 철도였어도 역 가깝고 물 맑은 곳에 근대식 유원지를 만들어 행락객을 끌어들이자는 발상이 초기부터 활발했다. 이미 1930년대에 관악산 골짜기를 막아 히트를 친 안양유원지를 본 터라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경춘선은 승산이 충분했다.

가장 먼저 탄생한 유원지는 조종천이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어귀에 최승열씨가 조성한 안전유원지다. '밤벌'이라 불릴 정도로 밤이 많던 곳이다. 최씨와 경춘선 부설 회사인 경춘철도주식회사는 밤을 수확하지 않고 아람이 벌어지도록 두었다가 행락객이 와서 주워가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춘선 타고 온 놀이객들이 묵어가도록 강변에 방갈로도 지었다. 최씨는 성공을 확신했지만, 일제강점기말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이어지는 어수선한 시기여서인지 1950년대 중반까지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화가 지나가자마자 위로와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전유원지로 몰려들었다.

청평유원지는 경춘선 청평역과 청평댐 사이 조종천과 북한강변의 안전유원지, 청명유원지, 송포유원지, 산장유원지, 나이애가라 유원지 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1970년대 들어서는 경춘선 대성역도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았고, 강촌역도 찾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대성리역, 청평역, 가평역, 강촌역에서는 MT 온 젊은이들의 기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평역이 가까운 남이섬은 안전유원지가 일찍이 시도했던 아람 아이디어로 톡톡히 재미를 보면서 한때 가장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로 꼽혔다. 가평읍 달전리 자라섬도 2004년부터 시작한 재즈 페스티벌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면서 명소로 발돋움했다.

가평 음악역1939년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주 토요일 '가평 Saturday Live'(G-SL)과 지역 아티스트를 재조명하는 'G-SL Citizen'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 과정이 G-SL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공연예술이 빈사상태인지라 더 값져 보인다. 머잖아 음악역이 예전 낭만의 시대처럼 다시 붐비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