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이란 아주 달게 자는 잠이다. 휴식 시간에 잠깐 잠에 빠지는 걸 뜻하기도 한다. 건설 현장에 가면 꿀잠에 빠진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건설 현장에는 하루에 세 번 짧은 휴식이 주어진다. 아침과 점심시간 중간에 30분, 점심 1시간, 점심과 퇴근 시간 중간에 30분, 이렇게 세 번 휴식 시간이 있다. 건설일이란 게 노동 강도가 세다 보니 대부분 노동자들은 마대 자루나 시멘트 포대 등을 깔아놓고 작업장 곳곳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꿀잠에 빠진 10여분 촌각이 그리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때로는 건설 현장 노동자의 꿀잠 속에는 악몽이 자라나기도 한다. 그들이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은 노동자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지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57명이다. 사망 원인은 추락 26건(45.6%)으로 가장 많았다. 추락에 이어 '끼임·부딪힘'이 8건, '깔림' 사고가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27건(47.4%)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제조업은 13건이었고, 하수·폐기처리업과 운송·배달업이 각각 4건씩이었다. 건설업에서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한 이유는 건설업이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영세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송경동 시인을 처음 만난 때는 16년 전이다. 2006년 4월12일 인천 구월동 어느 밴댕이집에서 송경동 시인은 첫 시집 <꿀잠>을 자필로 서명하여 내게 주었다. 그 후 오랜 시간, 나는 시집만 받아놓고 읽지 못한 채 세월만 까먹고 있었다. 송 시인의 소식은 간간이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는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시위인 '희망버스'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까지 했다. 16년간 그가 겪었을 노동의 부침과 삶의 고투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번 설에 본가에 들렀다가 시집 <꿀잠>을 우연히 찾아냈다. 시 한편 한편이 슬프지만 핏빛처럼 선명했다. 16년 전에 나온 시집이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가로이 노니는 한 폭 그림 뒤 응급실로/흰 거품을 물고 실려간 당신을 생각한다/…/잘 가시라/가서라도 이 추운 겨울 새벽 7시 같은 날/다시 수십 미터 허공 위 얼어붙은 빔을 타라 한다면/그가 옥황상제라도 면상을 걷어차 버리시길/잘 가시라/으깨진 눈두덕에 맺혔던 피눈물일랑 우리 눈에 다 주고/…/최씨 아저씨 잘 가시라”( 송경동 '저 하늘 위에 눈물샘자리' 중)

노동자의 꿀잠 속에 눈물처럼 자라나는 산업재해의 악몽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누더기로 너덜너덜해진 중대재해법을 다시 한 땀 한 땀 기워야 한다.

 

/조혁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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