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현장 방문·관련자료 공부
문학서 형식 '망우리 별곡' 연재 호평
인문학길 조성 등 공원화 공헌 지대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지·성원 부탁”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적 명소가 된 스웨덴 스톡홀름의 숲 속 공원묘지처럼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담긴 망우리공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부탁합니다.”

20여년의 노력 끝에 망우리묘역을 인문학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김영식(59) 작가의 바람이다.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시 경계에 걸쳐있는 망우리공동묘지는 1933년 일제에 의해 조성됐다. 1973년 폐장 후 지속적인 공원화 작업을 거쳐, 지금은 '망우리역사문화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그가 이곳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83년 대학 2학년 때다. 우연히 집 근처 망우리묘지를 갔다가 깊은 인상을 받아 언젠가는 다시 찾아와 글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학업과 군대, 직장으로 바쁘게 살다 20년 후인 수필가로 등단한 뒤에야 망우리를 다시 찾았다. 나이 들어 좀 더 성숙해진 김 작가는 묘비에 적힌 사람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석영, 한용운,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조봉암, 유상규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인물들이 구리시 쪽에 묻혀 있음을 파악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동구릉의 조선 시대를 이어주는 근대사의 현장 망우리 공원에 크게 주목하고, 이후 20여년 동안 토요일에는 공원을 돌며 묘지를 찾고 비석을 읽었다. 일요일엔 중앙도서관을 찾아 옛 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공부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08년 신동아에 '망우리 별곡'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고, 한국 최초의 '비명(碑銘)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쓴 작품 대부분은 사실의 서술에 중점을 둔 역사서가 아닌, 인물의 일화가 가득한 문학서여서 읽어보면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가 묘지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관리사무소에서 파악하고 있는 유명인사는 17명에 불과했다. 이후 꾸준히 개정판을 내면서 2015년 50여 명, 2018년엔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60여 명을 찾아내 소개하는 성과를 거뒀다.

2009년 그가 쓴 역저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은 황량했던 공동묘지를 인문학공원으로 변모시키는 토대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2012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꼭 지키고 싶은 우리의 자연·문화유산 공모전'에 응모해 산림청장 상을 받았으며, 2013년엔 서울연구원의 '서울스토리텔러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서울시가 발주한 '망우리공원 인문학길 조성 용역'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해 공원에 인문학길 '사잇길' 조성에 큰 힘을 보탰다. 유명인사 묘역을 찾아가는 이정표와 안내판 문안도 그때 그가 작성한 것이다.

현재 김 작가는 구리문화원 문화해설사 교육을 진행하며 구리시청과 관내 학교의 망우리 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오는 4월 망우리공원 입구에 '중랑망우공간'이라는 새 건물이 들어서면 획기적인 도약이 기대되는데 아직 구리 쪽 공원묘역에는 화장실이 없어 방문객이 답사를 포기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 작가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된 대표적 인물들이 구리시 쪽에도 많이 있는 만큼 구리시가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남양주=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