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날씨 추운데 옷 단도리 잘해라. 시장에 들러 오뎅을 사서 그 국물을 이빠이 마시자.” 단도리(채비·단속), 오뎅(어묵), 이빠이(많이)는 일제 잔재어(日帝 殘在語)이다.

얼마 전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서울·경기지역 남녀 대학생 각 350명을 대상으로 했다. 평소 많이 쓰는 일본어를 살핀 결과, 1위는 405명(57.9%)이 고른 '구라'(거짓말)였다. 이밖에 '호치케스'(스테이플러·145명), '땡땡이무늬'(물방울무늬·142명), '땡깡'(투정·117명), '오케바리'(좋다·104명), '망년회'(송년회·93명), '쇼부'(승부·88명), '고참'(선임·83명) 등이었다. 대학생들은 일본어 잔재 정보를 접하는 매체로 인터넷(66.7%)을 제일 많이 꼽았다. 이어 TV(25%), 라디오(5.3%), 신문(2.7%), 잡지(0.29%) 등의 순이었다.

서울시는 몇 해 전 '국어사용 조례'에 따라 순화어를 서울시보에 올리기도 했다. 일본식 한자어 21가지와 외국어(외래어) 2가지이다.

다음은 일본식 한자어 순화어 예. 견출지(見出紙)-찾음표. 절취선(切取線)-자르는 선. 가처분(假處分)-임시 처분. 견습(見習)-수습. 행선지(行先地)-목적지·가는 곳. 내구연한(耐久年限)-사용 가능 기간. 음용수(飮用水)-마실 물·먹는 물. 잔반(殘飯)-남은 음식·음식찌꺼기. 식비·식대(食費·食代)-밥값. 인수(引受)하다-넘겨받다. 인계(引繼)하다-넘겨주다. 차출(差出)하다-뽑다·뽑아내다. 호출(呼出)하다-부르다. 잔업(殘業)-시간외 일. 절수(節水)-물 절약·물 아낌. 납기(納期)-내는 날·내는 기간. 납부(納付)하다-내다.

이런 일제 잔재어 말고도 외래어와 약어 등이 쏟아진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 꼭 이래야 되나' 싶을 정도로 수두룩하다. 여기엔 올바른 '공공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일도 큰 문제로 꼽힌다. 공공 언어는 공적 영역에서 쓰여 더 중요한 데도 그렇다. 공무원이 작성하는 공문서·법률·보도자료·정책명·문화재 안내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연수구가 올바른 공공 언어 사용 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어렵고 불필요한 한자어와 외래어 대신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주민과 공직사회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공문서와 보도자료 등에서 주로 쓰이는 행정 용어의 순화어와 맞춤법 등을 담은 교육 자료를 매달 마련한다. 구는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에게 개선해야 할 공공 언어의 제보도 받을 계획이다.

쉽고 바른 언어 생활을 해야 하는 일은 결국 국민 모두의 몫이다. 우리말글의 우수성이 오염되지 않도록 다함께 힘을 쏟아야 할 듯싶다. 연수구의 작은 노력이 장차 큰 빛을 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