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개항(1883년) 이후 날로 번성한 곳이다. 인천항을 축조하면서 작은 포구에서 아주 큰 도시로 변모했다. 외국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어떤 부문에선 오히려 서울보다 '화려함'을 과시했다고 전해진다. 인천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을 보인 여러가지 결과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제는 인천을 이른바 '계획도시'로 만들었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빼앗은 1910년부터 '인천의 미래'를 오래 좌지우지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계획적으로 도시 공간을 재배치하며 나름대로 발전상을 짰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우리 국권을 강탈하면서 가능했다. 조선 식민지의 영구화를 꾀한 일제는 전국 곳곳에서 갖가지 수탈을 일삼았다. 일제는 그 중에서도 인천을 '좋은 먹잇감'으로 판단하고 일사천리로 계획도시화에 속도를 냈다고 한다.

일제는 식민지 착취의 하나로 토지 약탈을 시작했다. '토지조사'를 빌미로 일제는 전국 토지 소유권·가격·지형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신고주의' 수법으로 당시 국토 면적의 60% 가량을 빼앗았다.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한 한국 농민의 토지는 모두 조선총독부 소유로 만들었다. 인천은 계획적으로 만든 도시인 만큼, 일제의 토지조사는 재빨리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우리 국토를 유린한 일제의 '지적도'가 아직도 관공서에서 쓰인다니, 어처구니 없고 놀라울 따름이다. 해방된 지 시간이 한참 지났는 데도 일제에 의한 토지조사 내용을 사용한다니, 한심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일제가 그릇된 방식으로 벌인 토지조사를 오늘날에도 통용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무리 효용성을 강조해도, 일제 강점기 시절 있었던 '역사'와 결별하는 마당에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인천시가 이렇게 일제 때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종이지적도를 세계표준 디지털로 바꾸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무려 100여년 만에 '지적 재조사'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260억원의 국비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구축한 지적도는 높은 정밀도를 자랑하면서 경계분쟁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시는 이미 '인천형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선정한 상태다. 올해는 18개 지구(4852필지, 637만6000㎡)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시는 10개 군·구와의 협업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인천시는 현재 4년 연속 지적 재조사 사업 실적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면 한다. '일제 청산'이란 역사적 사명감도 존재하고, 토지 소유자들이 좀더 편리하게 지적 정보를 알 수 있어서다. 시민들이 지적 재조사 결과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펼쳤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