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2차가해·극복 그려
살인녀·꽃뱀 프레임 고통
함께 견딘 가족 이야기도
▲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김잔디 지음, 천년의상상, 306쪽, 1만7000원

2020년 7월9일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실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투 관련된 이슈 때문일 거라는 추정이 섞여 있었다.

당일 자정이 막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은 북악산 숙정문 산책로 인근에서 타살 혐의가 없는 싸늘한 주검으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박 시장이 전 비서에 의해 성폭력 가해자로 피소되었다는 사실이 함께 전해졌다.

헌정 이래 최초로 대한민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본인의 성추행 가해 사실이 알려질 상황에 부닥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충격이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그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을 냈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에서 그는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넘게 박원순 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박 시장의 일정 관리를 맡아 한다. 간식 준비, 낮잠 깨워드리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시장 가족의 장보기, 박 시장이 장복하는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그의 업무였다.

저자는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이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고 기억하면서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롯해 4년간 지속한 성적인 가해의 실태를 밝힌다.

꽃뱀, 살인녀 등의 프레임으로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함께 보낸 그의 가족들이 쓴 글도 담겨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