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는 학(鶴)의 우리말이다. 몸집이 무척 큰 새다. 몸 길이 136∼140㎝, 날개 편 길이 240㎝, 몸 무게 10㎏ 가량에 달한다. 온몸이 흰색이나 잿빛 등으로 덮였다. 이렇게 몸이 크면서도 우아하게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학춤을 개발해 추기도 한다. 조선시대 임금의 환궁 행사 때 학무(鶴舞)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민간에선 평화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그림이나 자수 등에 흔히 보인다.

우리나라엔 10월 말부터 두루미떼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 인천시 강화도 남단 갯벌을 포함해 중구 영종대교 인근, 서구 세어도 일대 해안가, 경기도 파주시·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주변 비무장지대 부근 등이 주요 서식처다. 1968년 5월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된데 이어 2012년 5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보호를 받고 있다.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밖에 없다고 알려졌다. 시베리아 우수리 지방·중국 북동부·일본 홋카이도 등지에서 번식을 한다.

두루미는 인천의 시조(市鳥)이다. 1981년 선정했다. 인천은 예로부터 두루미의 주요 도래지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인천엔 문학·학익·승학·청학·선학·송학동 등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다. 옛적엔 그만큼 인천에선 두루미가 자주 보이던 새로 인식됐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문학동은 인천의 옛 도읍지이기도 하다. 인천시가 시조로 두루미를 정한 것도 이들과 무관하지 않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몇년 동안 강화군내 두루미 수를 조사했는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41마리를 관찰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가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아 눈길을 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22일 강화군에서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출범식을 열었다. 인천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녹색연합,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교육센터 등 14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 두루미 월동 현황과 강화군 두루미의 특징을 설명하고, 북한 두루미 서식 상황과 인천 두루미 보호 활동 등을 논의한 자리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지역 환경단체들은 2018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두루미 모니터링을 하고, 두루미 학교·사진전 등을 진행했다.

이런 시민사회의 노력 외에도 두루미 보호를 위한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서식지인 강화군 동검도 일대 환경 훼손 방지와 복원 사업이 시급하다. 현재 동검도엔 크고작은 커피숍과 펜션 등이 들어서면서 두루미 삶터를 위협한다. 주민 스스로 두루미 관련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 창출 모델을 제시해야 할 듯싶다. 무엇보다도 우리 삶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면, 다른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법을 먼저 익혀야 하지 않을까.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