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조직을 보면 '살찐 고양이' 모습이 아른거린다. 한마디로 몸은 비대해졌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은 굼떠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에 바라는 국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는데 경찰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비대하다는 것은 경찰인력이 불필요할 만큼 많다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현장 중심으로 짜여 굴러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인력은 매년 증가하지만, 국민 체감도는 그대로이거나 되레 줄고 있다. 수도권의 지구대에서 결원으로 순찰차를 몇 시간씩 세워 두는 경우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2001년 9만819명으로 1인 담당 인구는 526명이었다. 2019년에는 12만2913명으로 1인 담당 인구는 422명으로 크게 줄었다.

19년 새 3만2000여명이 증가한 통계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의무경찰 폐지'가 진행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대·파출소 인원을 차출하면서 의경(약 2만6000명)이 맡았던 역할을 경찰관기동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현 상황에서 집회·시위에 대처하는 예비부대 성격의 경찰관기동대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우선이 아니다.

민생치안 최일선인 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은 국민 체감도와 직결된다. 이번 인천 층간소음 사건 하나만을 보더라도 경찰의 인력배치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 사건은 2003년 지구대를 도입한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구대 도입은 ▲경찰력의 분산에 따른 현장대응 능력의 취약 ▲관서 형태의 운영에 따른 문서처리 증가로 범죄예방 업무의 소홀 ▲공권력 도전행위에 대한 대처 미흡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시행됐다. 한마디로 현장대응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112신고 현장에 가용 인력을 대거 출동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니 인천 사건에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는 것은 지구대 도입 이전인 19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우선 발로 뛰지 않는 본청과 지방청, 각 경찰서의 조직을 슬림화해 모두 치안현장에 배치하는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구대·파출소 현장에서 경찰의 조직을 올려다보면 비효율·비합리적인 측면이 훤히 보인다. 지구대·파출소에 경찰시보나 퇴임을 앞둔 직원이 많이 배치돼 있다. 예전부터 땀과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피부서를 면치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직원에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을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다.

현장에서 발로 뛴 직원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비간부·간부 출신을 떠나 상당 기간 지구대·파출소는 기본으로 수사부서에 반드시 근무해야만 승진 시 높은 가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총경 이상 고위급 승진에서는 이런 경력이 필요조건이 돼야 한다.

비간부·간부 비율을 고려한 승진자 배출과 함께 순경으로 시작해 총경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사기진작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청과 서울청에 쏠린 고위간부 승진 비율도 지방청별로 맞춰야 한다. 경찰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바라는 경찰의 꽃 '총경'. 이번 승진에서 총경 승진자 87명 중 본청과 서울청이 45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경무관 역시 승진자 24명 중 본청이 11명, 서울청 7명으로 18명이나 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을 비롯한 17개 시·도경찰청에서는 고작 6명이 배출됐다.

최근 5년(2016~2020)간 경기남부청 경무관과 총경 승진자는 각각 3명, 29명으로 서울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매년 승진이라는 과실을 본청과 서울청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구가 비슷한 경기남부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을 보면 얼마나 편중됐는지 알 수 있다.

경기남부청은 5대 범죄, 외국인 범죄 등 대부분 치안 지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인력은 서울의 60%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 각종 평가 1위를 놓치지 않는 경기남부청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런 모순부터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경찰 수뇌부는 '견장'을 떼고 현장에 나가 직원의 눈높이에서 조직의 모습을 올려다보길 바란다. 현장직원 모두가 공감하는 곪디 곪은 조직의 문제점을 직시해야만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야만 국민이 경찰을 응원할 수 있고, 숙원인 차관급인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