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란 단어는 참 남다르다. 무엇이든 설립한 지 100년을 맞았다면,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겠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이 깃들어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한다. 어떤 이에겐 100년이 짧다면 짧게 느껴질 테지만, 우리 인생을 놓고 보더라도 그것이 주는 감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그 역사를 돌아보게 함은 물론 마음가짐도 바로잡게 한다.

미추홀도서관이 개관 100주년을 맞았다. 인천엔 개항(1883년) 후 외국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100년을 넘긴 건축물이 수두룩하지만, 이렇게 배움의 갈증을 풀어준 곳은 드물다. 1922년 1월6일 시립도서관이 문을 열었으니, 꼭 100년된 셈이다. 1906년 국립 한국도서관이 첫선을 보인데 이은 '쾌거'였다. 읽을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 인천인들에게 배움을 닦는 공간으로 사랑을 받았다.

시립도서관은 역사의 풍향에 따라 이전을 거듭하는 곡절을 겪어야 했다. 부립도서관으로 처음 자리를 잡았던 곳은 중구 송월동 자유공원 아래 청광각(淸光閣). 독일인 상사(세창양행) 사택이었지만, 1차세계대전 후 일제가 적국 재산관리물로 경매에 부치면서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이어 1941년 신흥동으로, 해방 직후엔 율목동으로 이전했다. 도서관으로서 면모를 일신한 때는 1950∼60년대로 알려졌다.

시립도서관 율목동 시대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인천인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길러주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 요즘은 지역민들을 위한 도서관이 많아졌지만, 당시 어엿한 도서관으론 인천에서 유일해 이용시민이 줄을 이었다. 새벽부터 줄을 지어 표를 받아 들어가곤 했다. 책을 사기엔 궁핍했던 시절이어서, 도서관에서 각종 책을 빌려 봤다. 지금도 50대 중반 이후 인천인이라면, 율목도서관에 켜켜이 쌓인 추억을 소환할 수 있으리라.

세월이 흐르면서 여기저기 도서관이 문을 열고 세태도 변화했다. 그런 가운데 율목도서관의 경우 장소도 비좁고 위치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래서 2009년 구월동으로 이전해 '미추홀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오늘에 이른다.

인천시는 시립도서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미추홀도서관의 어제와 오늘>을 지난달 발간했다. 도서관이 소장한 관지(館誌, 1961) <인천시립도서관요람>(1963)을 윤문·복간한 도서다. 이들 책은 설립부터 1960년대까지 연혁·중요 일지·운영 현황 등의 자료를 수록했다. 아울러 도서관 어울림터에선 '100년의 도서, 시대를 읽다' 특별전시를 개최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선 100년간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한다.

시대는 달라져도 도서관의 역할은 그대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지역의 문화척도로 박물관과 도서관을 꼽듯, 미추홀도서관의 앞날도 기대된다. 100년의 역사와 함께 배움의 마중물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