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대선…해법은 철학 담긴 대책
▲ 채찍(策책)에서 어원이 된 책문策問은 날카로움을 기반으로 한다. /그림=소헌

조선시대 과거는 3년마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식년시式年試와 비정기적으로 치르는 별시別試로 구분된다. 별시 중 ‘증광시’는 나라에 큰 경사(국왕 즉위 10주년이 되거나 애타게 기다리던 왕자가 태어나는 등)가 있을 때 시행하며, 임금이 매년 문묘에 참배한 뒤 당일에 시험을 보는 ‘알성시’가 있다. 과거는 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응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15년 이상 ‘공부만’해도 어려운 과거를 농민들은 감히 마음을 품을 수 없었다. 또한 탐관오리 자제들이나 서얼 그리고 재가한 여자의 자손은 문과에는 응시조차 할 수 없다.

과거의 첫 관문은 소과小科다. 생원(유교경전 과목)과 진사(시와 문장 과목)를 뽑는 시험으로서 초시에서는 서울과 지방에서 모두 700명을 선발한다. 다음으로 복시를 통해 생원과 진사 각 50명씩 100명을 뽑는다. 이들은 바로 성균관 유생이 되어 대과大科를 보는데 유리한 지위를 갖는다. 대과 초시에 합격하고 복시에 통과하면 그들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임금이 친히 치르는 전시殿試를 앞두게 된다.

책문대책(策問對策) 책문에 대한 답을 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문과시험은 변화한다. 전국에서 실시한 초시에서 240명을 뽑는데, 그들을 서울로 불러들인 후 복시를 통해 33명을 선발한다. 각 시험은 세부적으로 초장·중장·종장 3단계 절차를 거치게 된다. 책문은 일종의 논술시험으로 임금은 정치적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에 대하여 출제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하여 답을 내는 것을 대책이라 한다. 무려 12m가 넘는 답안지(策文)도 있는데. 보통 다른 책에 쓰인 인용문 수십 개가 달린다. 국왕은 이 답안을 국정운영의 지표로 삼기도 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공납품을 토산물 대신 쌀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 토지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어지러워진 호적을 정리할 방법은 없는가?” (광해군의 책문策問).

 

策 책 [꾀 / 채찍 / 책문]

①朿(자)는 초목(木)에 나 있는 가시(冂)를 뜻한다. ②대나무(竹죽)에 가시(朿자)를 달아 만든 채찍(策책)이다. 이것은 말을 다루는 데 쓰는데, 말을 타고 전쟁에서 이기려면 꾀나 계책計策이 필요하다. ③채찍은 죄인을 고문할 때도 쓰는데, 책문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問 문 [묻다 / 방문하다]

①남의 집에 방문할 때에는 문(門)밖에서 소리 내어(口) 묻는다(問문). ②이때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문(門)에 귀(耳)를 대고 듣는 것이 聞(문)이다. ③신문新聞을 통해 세상일을 들을 수 있고, 모르는 것을 묻는 것으로부터 학문學問을 익히게 된다.

 

“유생은 물론 힘센 무인과 술 파는 장사치까지 마당에 뒤죽박죽이며 난투극에 사람이 압사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박제가 <북학의> 中). 과거시험장(場)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이 치열했다.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선비들이 질서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서 정신이 없었다. 그런 마당의 어지러움(亂)을 일컬어 난장(판)이라 한다.

며칠 전 예보된 폭설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도시가 온통 난장판이 되었다. 선거분위기는 유력한 대선 후보자들의 가족들이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특히 학력과 경력을 위조한 것은 공정한 평가에 대하여 원천적으로 반한다. 이래저래 온 나라가 난장판이다. 나라의 주인인 民(민)이 책문策問을 내리겠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그대들이 진정 이 난장판을 해소하려면 자신의 철학과 정책을 담은 대책對策을 출사표로 제출하라.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